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여파로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인 가운데 반도체 밸류체인(가치사슬) 관련주가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장주보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가 폭락장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소부장주를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여전히 견고한 데다 코스닥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자금 유입 수혜를 볼 것이란 이유에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반도체지수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3.08% 하락했다. 전체 34개 KRX 지수 중 가장 낮은 하락률이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10.56% 급락한 것과 비교해 선방했다.
그동안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에 힘입어 상승세 랠리를 달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전쟁을 빌미로 차익 실현 물량이 대거 풀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들은 이달에만 각각 13.07%와 12.91% 하락해 '18만전자'와 '92만닉스'로 밀렸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들에 대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훼손하지 않는 상황에서 전형적인 '패닉셀'(공포 매도) 국면에 직면해 과도한 낙폭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반면 반도체 소부장주는 시장을 이겨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KRX 반도체지수 구성 종목 중 리노공업(19.59%)을 비롯해 원익IPS(9.71%) 이오테크닉스(8.24%) HPSP(6.69%) 한미반도체(3.09%) 등이 이달에도 강세를 보였다.
미국·이란 전쟁이 소부장 업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오히려 AI 붐에 따른 메모리 공급난 심화로 증설 기대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후행하는 소부장 업체의 실적 개선 가시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추론 수요 폭증에 따른 메모리의 구조적 공급 부족을 감안할 때, 신규 팹(제조 공장) 구축을 위한 자본지출(CAPEX) 증가는 장비 업체의 실적 우상향 배경"이라며 "다른 한편으로 새로 구축된 팹의 점진적 가동 확대는 소재·부품 업체의 추가 실적 증가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코스닥 ETF를 통한 자금 유입 수혜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판단이다. 정부가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가운데 자산운용사가 코스닥 기반의 액티브 ETF를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6일 기준 각 자산운용사의 액티브 ETF 구성 종목을 살펴보면 바이오, 반도체 소부장, 로봇 비중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새로 출시되는 코스닥 액티브 ETF 초기 구성 비중은 기존 ETF들의 구성을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동관 연구원은 "현재의 불확실성 확대 국면과 주가 반등 국면 모두에서 패시브 수혜에 따른 차별적 주가 흐름이 관찰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혜 강도는 코스닥150 및 주요 반도체 ETF에 포함돼 있으면서 시가총액이 큰 순으로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