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놀자] 전기 통하는 버섯 균사체로 컴퓨터 개발

입력 2026-03-09 09:00
수정 2026-03-11 09:12
컴퓨터는 80여 년 전에 등장했다. 당시 컴퓨터는 방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거대했다. 이후 기술 발전으로 컴퓨터는 점점 작아지고, 성능은 더욱 빠르고 뛰어나게 향상됐다. 그 결과 손바닥 크기의 스마트폰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일을 가능하게 했고, 스마트 워치 같은 웨어러블 컴퓨터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버섯으로 반도체 소자를 재현한 연구가 공개되며 컴퓨터가 또다시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연구팀이 표고버섯을 활용해 차세대 반도체 소자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컴퓨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도체 중 하나는 ‘램(RAM)’이다. 램은 작업 중인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휘발성 메모리 공간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하고 계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점은 컴퓨터 작업을 하는 도중에 전원이 꺼지거나 전기가 끊기면, 작업했던 내용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한 차세대 반도체가 ‘멤리스터(memristor)’다. 멤리스터는 ‘메모리(memory)’와 ‘저항기(resistor)’를 합친 단어다. 전류의 양에 따라 저항이 변하고 그 상태를 유지한다는 점이 특징인데, 이로 인해 이론적으로는 데이터 처리와 저장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덕분에 전원이 꺼져도 작업했던 내용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 미래 인공지능 하드웨어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버섯 반도체가 ‘멤리스터’의 역할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팀이 주목한 건 버섯의 균사체다. 버섯은 ‘균류’라는 독립된 생물체다. 성숙한 버섯에서 만들어진 포자가 떨어져 나와 주변의 땅에 자리 잡으면 실처럼 가느다란 어린 균사로 자라기 시작한다. 균사 여러 개가 모여 연결되면 점차 넓어지면서 튼튼하고 거대한 하나의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이 연결이 균사체다.


더 신기한 점은 균사체가 수분과 이온을 포함하고 있어 전기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네트워크 구조가 전기신호를 조절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뇌의 신경망 활동과 닮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우선 실험실에서 표고버섯 균사를 배양했다. 쭉쭉 뻗으며 자란 균사는 동그란 접시 모양 그대로 자랐고, 일주일간 말렸다. 이후 이 버섯 디스크에 전선을 연결해, 다양한 전압과 주파수의 전기신호를 흘려보내 반응을 확인했다. 그 결과 연구자들이 버섯 균사에 전기를 여러 번 흘려보낸 부분은 전류가 흐르는 걸 방해하는 ‘저항’이 낮아지면서, 전기가 더 잘 흘렀다. 반대로 전기를 끄고 시간이 지나면 전류의 세기가 낮아지고 저항은 다시 높아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즉 균사 디스크는 전기가 흘렀던 상태를 기억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버섯 반도체는 초당 약 5850번의 읽기·쓰기 동작이 가능했고, 정보 판별 정확도는 최대 91%에 이르렀다. 또한 최대 5볼트 이하의 낮은 전압으로 작동해 에너지 소비가 적었다. 무엇보다 버섯은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고, 사용 후 자연분해가 가능해 전자 폐기물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현재의 실리콘 반도체와 비교하면 성능은 아직 낮고, 연구 역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살아 있는 생명체의 구조를 활용해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 균사체를 대량으로 배양하고 성능을 향상하는 기술이 발전한다면, 환경을 고려한 새로운 컴퓨터 부품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버섯에서 시작된 작은 실험이 미래 전자기기의 모습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기억해주세요 램(RAM)의 단점을 극복한 차세대 반도체가 ‘멤리스터(memristor)’다. 멤리스터는 ‘메모리(memory)’와 ‘저항기(resistor)’를 합친 단어다. 전류의 양에 따라 저항이 변하고 그 상태를 유지한다는 점이 특징인데, 이로 인해 이론적으로는 데이터 처리와 저장을 동시에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