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 선생님이었는데…송백경 "ADHD 진단, 운명 바꿔" [본캐부캐]

입력 2026-03-08 07:05
수정 2026-03-08 09:57


지드래곤이 떨리는 마음으로 자작곡을 갖고 녹음실을 찾았다. 지드래곤이 찾아간 사람은 YG엔터테인먼트 개국 공신인 1세대 힙합 그룹 원타임(1TYM) 멤버 송백경이다. 빅뱅 데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에서 송백경은 지드래곤의 멘토로 등장했다. 하지만 현재 송백경은 "음악은 고급 취미로 하고 있다"며 "지금은 일본어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힙합 악동'의 현재 주업은 꼬치구이 전문점이다. 송백경의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경기도 용인의 맛집으로 소문난 이곳에서 송백경은 어머니와 함께 주방일부터 서빙까지 모든 업무를 맡고 있다고 했다. 1990년대 후반 'Hot 뜨거', '1TYM' 등의 히트곡을 쏟아냈던 원타임, 그 중 송백경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예능에서도 사랑받았다. 하지만 돌연 연예계를 떠났고, 지천명을 두 해 앞둔 올해 초 한국외대 사이버대 일문과 입학 소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하며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몇 년 전 방송사 성우 공채 시험에도 합격해 여러 유명 광고에 목소리 출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목을 집중시킨 송백경이지만, "협회 가입을 유지하면 공부와 성우 활동을 물리적으로 병행하기 힘들 것 같아 포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백경은 "가게에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도 저쪽에 앉아 필사를 하고, 음악 작업을 한다"고 했다.

"돌아오지 않는 보상, 지쳐"

각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 1위를 석권하며 최정상의 그룹으로 활동했던 송백경이었다. 여기에 작사, 작곡까지 하며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도 보여줬다. 송백경과 함께 활동하며 원타임의 음악을 만들었던 테디는 빅뱅, 블랙핑크의 프로듀서를 거쳐 더블랙레이블의 수장이 돼 그룹 올데이프로젝트 등을 내놓으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왜 그동안 음악 활동을 하지 않았냐"고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송백경은 "어린 마음에 화가 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며 "지금 같았으면 그렇게 무작정 발로 차버리듯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빅뱅이 나오고 가요계 시스템이 이제는 정교하게 다져졌지만, 노력에 비해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 것 같았어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음악 실력보다는 정치적인 능력으로 길을 뚫는 부분들에 피로감도 느껴졌고요. 그래도 지금 후회는 하지 않아요. 팀에 있을 때는 내가 '객(客)'이었다면, 나오고 나서 시작한 사업에서는 내가 주체가 됐거든요."
'취미'는 없다… 시작하면 전문가 돼야돈을 벌기 위한 '업'으로 요식업, 성우 등 다른 일들을 해왔지만, 송백경은 "제가 그동안 절대 놓지 않고 꾸준히 해온 게 음악과 일본어"라며 다시 대학에 진학해 일본어를 본격적으로 배우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백경은 "내 인생에 적당히 기웃거리는 취미는 없다"며 "한 분야를 시작하면 끝을 보는 것이 인생 모토"라고 말했다.

송백경은 원타임 활동을 할 때부터 일본을 오가며 의사소통이 능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송백경은 "대화 위주의 일본어에서 나아가 문학적 표현을 알고 싶었다"며 "일본 신문 사설을 필사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빼곡하게 쓰인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한자와 이를 번역한 한글이 담긴 노트와 아이패드 화면을 보여줬다.



"일본 한자를 일본인보다 더 잘 아는 한국인이 되자는 목표를 세우고 하루 11시간씩 한자를 쓰기도 했어요. 노트에도 쓰고, 아이패드로도 쓰고요. 필사를 하다 보면 글씨체도 다듬어지고, 번역 센스도 길러지는 것 같더라고요. 단순한 한국어 치환이 아니라 의역과 직역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번역 작업이 재밌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음악 프로그램 매뉴얼 번역 등을 해왔다고 귀띔했다.
48세에 찾은 ADHD라는 이름의 '숙제'송백경은 지난해 8월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 진단은 송백경이 미뤄뒀던 인생 숙제들을 풀어나가는 기폭제가 됐다. 송백경은 "내가 왜 한곳에 과몰입하고 주의력이 결핍되었는지 이해하게 됐다"며 "다행히 나는 쓰기와 읽기에 과몰입하는 특성이 있었고, 이를 학업으로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진단 이후 송백경이 가장 먼저 시작한 숙제는 대학 재입학이다. 본래 20여년 전에 입학했던 경희대에 문의했지만, 당시 전공이던 포스트모던음악학과로만 재입학이 가능하다는 답변에 학업과 다른 업들을 병행하기 위해 사이버대 입학을 택했다.

송백경은 석사와 박사 과정까지 마쳐 '일본어와 한국어의 차이에서 오는 랩 가사와 라임' 등을 연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아빠보다는 무언가를 읽고 쓰는 아빠의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학업을 이어가는 큰 원동력이다.
"음악, 놓지 않았어요."일본어와 함께 음악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었다. "음악 작업을 위해 노트북을 바꾸려고 보니 800만원 정도 돼 고민이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SNS를 통해 소통하게 된 사람들과 프로젝트성 활동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도적인 삶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송백경은 "내가 무엇에 관심을 두고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복 받은 일"이라며 "가만히 눈 뜨고 숨만 쉬듯 살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시련과 변화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발자국을 세며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는 송백경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