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국제무역법원(CIT)이 대법원에서 무효로 판단된 상호관세를 기업들에 돌려주는 절차를 시작하라고 행정부에 명령했다. 법원은 미국 내 모든 수입업자가 관세 환급 자격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번 결정이 최종 확정될 경우 국내 수출 기업들도 적지 않은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CIT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에 미 대법원이 무효로 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상 상호관세를 수입업자들에게 돌려주는 절차를 시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CIT는 관세와 무역 관련 민사소송을 전담하는 연방법원이다.
이번 명령은 테네시주 내슈빌에 본사를 둔 필터 제조업체가 제기한 환급 소송 심리에서 내려졌다. 명령에 따르면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은 대법원이 무효로 판단한 관세를 제외하고 수입업자들이 처음 납부한 관세를 다시 계산해 환급해야 한다. 판결문은 “모든 수입업자는 IEEPA에 근거한 관세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이 관세 환급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은 2000건을 넘는다. 코스트코, 페덱스 등 미국 대형 기업들도 관세 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에 참여했다. CBP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IEEPA로 징수된 관세는 약 1340억달러에 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판결 효력을 막기 위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CIT의 환급 명령은 지난달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IEEPA를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세를 무효로 판단한 것의 후속 절차다. 당시 미 대법원은 판결에서 이미 징수한 관세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국내 기업들도 관세 환급 절차를 본격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수입업자는 관세 정산이 완료된 뒤 180일 이내에 해당 관세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기간이 지나면 관세 정산은 법적으로 최종 확정된다. CBP에 관세 환급을 청구할 수 있는 주체는 법적으로 관세를 납부한 미국 수입업자다.
다만 수출자가 수입자 대신 관세를 부담하는 관세지급인도조건(DDP)으로 수출한 경우에는 직접 환급을 청구할 수 있다. DDP 방식으로 미국에 물품을 수출한 기업은 전체 약 2만4000개 기업 중 6000여 곳(25%)으로 추산된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