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이제 쓸 수 있어요?"…외국인들 반색한 이유는 [구글맵이 온다]

입력 2026-03-06 19:28
수정 2026-03-06 19:41


지난 3일 오후 5시경 서울 중구 명동거리. 20대 여성 일본인 관광객 2명이 26인치 캐리어를 끌고 다니면서 스마트폰과 길거리를 번갈아 확인했다. 그들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국내 토종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인 네이버지도가 일본어로 표시된 채 떠 있었다.

정부가 구글이 요청한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하면서 국내에서도 구글맵에 '길 찾기' 기능이 도입될 전망이다. 구글은 2006년부터 1 대 5000 축척 고정 밀지도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다. 그간 한국이 '구글 지도 예외 국가'로 분류돼왔던 이유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국내 지도앱을 쓰는데 만족하고 있으나 구글맵을 편히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구글맵을 쓰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10팀중 8팀 '네이버지도' 사용…"한국 필수 여행앱으로 알려져"


국내에서 구글맵 '길 찾기' 기능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주로 국내 토종 지도앱을 사용했다. 이들이 국내 토종 지도앱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 여행 '필수 앱'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온 사기(19) 양과 히요리(18) 양은 "틱톡에서 구글맵을 한국여행할 때 사용하면 불편하다고 했다. 그래서 네이버지도를 사용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만에서 어머니와 함께 한국 여행을 온 20대 여성은 "다들 네이버를 쓰라고 추천해서 구글맵 대신 네이버지도를 쓴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네이버지도 앱 사용성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 중 사용하는 앱 순위 1등은 56.2%를 차지한 네이버지도였다. 구글맵은 33.9%로 3위였다. 네이버는 2024년부터 외국인 겨냥해 다국어 지원 등 지도앱을 개편했다. 이후 외국어로 네이버지도 앱을 사용하는 사람은 30% 늘었다.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외국인 관광객은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을 동시에 사용하기도 했다. 현지인들의 생생한 식당·카페 리뷰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체코에서 온 렌카(25) 씨는 국내 지도앱을 2가지 쓰면서 리뷰를 '크로스체크'했다. 그는 "4년 전 한국에 여행 왔을 때 구글맵은 GPS가 안 정확해서 불편했다. 그래서 카카오랑 네이버 둘 다 쓰고 있다"며 "네이버는 내비게이션용, 카카오는 리뷰 확인용이다. 네이버로 위치를 찾고, 카카오에서 리뷰 확인해서 찾아간다"고 설명했다. 현재 카카오맵은 외국어로 영어만 서비스하고 있다.

다만 이들도 가끔 구글맵을 쓴다고 전했다. 식당·카페가 앱에서 영문으로 검색이 안 될 때다. 렌카씨와 함께 체코에서 온 안드레야(23) 씨는 "영문으로 식당이나 카페 이름만 알고 있을 때 네이버나 카카오 지도 앱을 쓰는 게 불편하다"며 "영문으로 가게 이름 등록이 안 되면 검색이 안 된다. 그럴 때는 구글맵에서 검색하고, 네이버·카카오로 다시 본다"고 했다.

현지인 리뷰가 필요하지 않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네이버지도를 주로 길 찾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리뷰는 주로 틱톡이나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자국민들의 게시글을 참고하는 편이었다.

명동에서 만난 20대 중국인 관광객 3명은 네이버지도를 대중교통을 확인할 때 본다고 했다. 멕시코에서 어머니와 함께 여행 온 다니엘라(22) 씨와 에이프릴(27) 씨도 박물관이나 길거리, 가게를 찾는 데만 국내 지도앱을 사용했다. 다니엘라씨는 "가는 데 얼마까지 걸리는지 시간까지 표시되어서 좋았다"며 "지도앱에서 리뷰는 따로 보지 않는다. 리뷰는 틱톡에서 본다"고 말했다. "길찾기 되면 구글맵 쓰겠다"…반색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반면 이날 지도앱을 아예 쓰지 않는 외국인 관광객도 확인됐다. 모자에 한국과 대만 국기 배지를 단 60대 외국인 관광객은 종이 지도를 펼쳐 길거리에서 호객을 하는 화장품 로드샵 직원에게 위치를 물었다.

해당 화장품 로드샵 직원은 "명동에서 1년 이상 일했는데 이렇게 지도로 물어보시는 외국인들이 꽤 있다. 지금 메인 골목이 아닌 뒤편 골목에서도 일했는데 거기에서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며 "명동 안내원들이 제공하는 지도를 가지고 오셔서 물어보시더라 주로 아까처럼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오신다"고 설명했다.

명동에서 빨간색 옷을 입고 외국인들에게 안내하는 안내원들 또한 위치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입을 모았다. 명동 안내원은 "젊은 외국인 관광객분들이 네이버지도를 많이 쓰시긴하는데 나이 상관없이 다 위치를 물어보러 저희를 찾으신다"며 "폐점 가게 같은 경우 지도앱에 바로 반영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문의가 주로 많다. 앱을 사용하려면 데이터도 필요하니까 데이터가 안 돼서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여행을 하면서 국내 지도앱을 사용하지만, 언어 지원·검색 기능 미흡을 불편함으로 꼽았다. 한국관광공사의 2024년 조사에서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 여행에서 가장 불만족한 앱으로 1위 구글맵(30.2%), 2위 네이버지도(9.8%), 3위 카카오T(8.3%)를 선택했다. 구글맵은 길 찾기 서비스 제한이, 네이버지도와 카카오T는 다양한 다국어가 지원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이유였다.

명동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에서 구글맵에 길 찾기 기능이 지원된다면 구글맵을 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멕시코에서 온 에이프릴씨는 한국에서 구글맵 기능이 고도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반색하며 "그러면 구글맵을 쓰겠다. 우리 언어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일본에서 온 사쿠라 하루아(22) 씨와 리하 나카이(22) 씨 또한 "일본에서는 구글맵을 쓰고 있어서 한국에서도 쓰기 편하다면 구글맵을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도 뿐만 아니라 연계 예약·광고 시장도 치열"
전문가는 구글맵 기능 고도화는 비단 지도앱 점유율 경쟁에 그치지 않고 지도 서비스와 연계된 예약·광고 수익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도와 연계된 서비스 시장까지 커질 것"이라며 "외국은 이미 구글에서 길 찾기, 예약까지 연계가 잘 되어있다. 여기에 더해 제미나이 등 인공지능(AI) 서비스까지 구글은 갖췄으니 서비스 경쟁은 지도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시장까지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내 토종 지도앱이 구글과는 다른 '차별성'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식당 후기 등 현지인들의 후기를 잘 갖추고 있는 게 국내 앱들의 장점이지만 폐쇄적이다"라며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 블로그, 카페 등 네이버 생태계에 나와 있는 후기만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사용하는 여행 앱은 트리버드 앱인데 이를 포함한 인스타그램, 틱톡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활용하는 SNS까지 후기를 갖출 수 있어야 유입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