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의 디지털자산 시장 개방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시장 신뢰 인프라 구축과 내부통제, 수탁 체계 정비 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법인 시장 개방과 신뢰 인프라 구축 과제 학술 콘퍼런스'에서는 국회와 학계, 업계,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참석해 법인 참여 확대와 제도 정비 방향을 논의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영사에서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이 개인 중심에서 기관·법인 중심 구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디지털자산 법인 시장 개방과 신뢰 인프라 구축은 한국이 디지털 금융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며 "법인 참여 확대에 맞춰 정책과 감독 체계를 고도화하고 커스터디 인프라와 내부통제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도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안전하고 투명한 환경에서 디지털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입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발제에 나선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이 개인 투자자 중심 구조로 형성된 점을 지적하며 법인 참여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은 법인 투자가 사실상 제한돼 개인 중심 시장 구조가 강하다. 법인 시장 개방은 시장 구조를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 투자자가 유입되면 시장 유동성과 안정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개인 중심 시장에서는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법인 투자자가 참여하면 시장 깊이가 확대되고 변동성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인 시장 확대에 따라 디지털자산 보관과 관리 체계 구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조성일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대표는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은 기관과 법인 중심 구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며 "법인 참여 확대에 대비해 전문 수탁 인프라와 내부통제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비트코인(BTC) 보유 구조를 예로 들며 "개인 투자자가 약 65~69%를 차지하지만 기관·법인도 이미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기관 투자자 비중이 약 28%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도 일부 상장법인이 약 3000개 수준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근에는 재무 전략 차원에서 가상자산을 보유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법인 투자 환경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현재는 거래소 실명계좌 제한 등으로 장내 거래가 어려워 장외 상대매매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며 "거래 상대방이나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법인 시장 참여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재선 금융위원회 사무관은 "법인 시장 참여는 개인 중심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한 사안"이라며 "디지털자산 2단계 법안 논의 과정과 연계해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법인 참여 확대에 따른 시장 안정성 문제도 함께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사무관은 "대규모 거래로 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나 시세 악용 우려 등을 고려해 필요한 보완장치를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법인 투자 확대에 따라 제기되는 회계·세무 문제도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 홍 사무관은 "스테이킹 보상 과세나 에어드롭 처리 방식, 디지털자산 회계 평가 기준 등 업계에서 제기된 여러 쟁점은 이미 전달받아 검토 중"이라며 "추가 의견이 있다면 함께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디지털자산 공시 제도와 관련해 "공시가 지나치게 잦아질 경우 일부 기업이 디지털자산 거래를 주가 부양 수단처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같은 부작용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 제도를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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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블루밍비트 기자 shlee@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