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약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거대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란의 봉쇄 선언 이후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이 중단되는 등 ‘오일쇼크’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5위 산유국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이 평상시 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한 유조선이 발이 묶이면서 수출길이 막혔고 저장시설 역시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라크는 원유 감산이 불가피한 상황에 몰렸다.
전문가들은 저장 능력이 부족한 다른 중동 국가들로 이러한 감산 도미노가 확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란의 혁명수비대(IRGC)의 “통과 선박 소각” 경고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해군의 유조선 보호와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의 보험 제공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미 군함들이 이란 미사일 사정권을 벗어나 외곽에 배치된 데다 야간 호위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런던 소재 보험중개사 윌리스 타워스 왓슨의 선주 부문 책임자 사이먼 록우드는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하지 않는 것은 보험이 없어서가 아니라 공격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제 유가는 전쟁 직전보다 13% 상승한 베럴당 82달러 선을 돌파했다. 특히 유조선 용선료는 종전 원가 대비 3% 수준에서 20%까지 7배 가까이 폭등하며 물류 대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홍해 송유관을 통한 우회 수송에 나섰지만 하루 1000만 배럴에 달하는 공급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