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걸리면 100% 고사하는 소나무재선충병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재선충이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라는 곤충의 몸을 빌려 소나무에 침투, 20일 만에 20여만 마리 이상으로 증식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소나무의 조직이 파괴돼 한번 감염된 소나무는 100% 죽는다. 한국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는 2013년 제주도, 경상도를 중심으로 확산해 피해 고사목이 2014년에는 218만 그루까지 증가했지만, 범정부적 방제로 피해를 줄여나가고 있다. ◇ 소나무 가치는 거의 무한대5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전국 154개 시·군·구에서 149만 그루가 피해를 봤다. 피해량은 2020년 4월 기준 41만 그루, 2021년 같은 달 기준 31만 그루, 2022년 같은 달 기준 약 38만 그루에서 지난해 같은 달 기준 약 107만 그루, 올해 같은 달 기준 약 90만 그루로 증가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지역별로 골고루 발생하지만, 최근 경북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경북이 전체 피해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소나무의 경제적 가치는 거의 무한대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내 산림의 주요 수종(16억 그루, 25%)인 소나무는 매년 공익가치 71조원, 임산물 2894억원을 창출하는 국가 중요 경제자산이다. 애국가에 등장하고(남산 위의 소나무) 문화재 복원 및 조경수 등으로 선호도가 높아 국민 정서와 밀접한 나무로 꼽힌다. 산림에 대한 국민 의식을 조사하면 한국인이 좋아하는 나무 1위로 소나무를 선정하기도 했다. ◇ 5년씩 장기 로드맵으로 피해 최소화산림청이 반드시 지켜야 할 소나무 숲은 산불처럼 방어선을 구축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산림청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나무재선충병 국가방제전략을 발표했다. 산림청은 2005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 시행 이후 재선충병을 예방하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매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실행계획을 수립·시행했다. 이번 전략에는 국가와 지방정부의 유기적인 계획 및 이행 방안을 담아 5년의 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한다.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병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방제벨트를 구축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권역별 맞춤형 방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최일선 방어선인 국가선단지와 보존해야 할 소나무 숲에 강화된 방어선을 구축해 피해 확산을 저지하고, 피해가 경미한 지역을 청정지역으로 전환하기 위한 지원을 확대한다. 국가방제전략에는 국가와 지방정부의 재선충병 방제를 위한 역할도 명확히 정립했다. 장기적으로 지역 특성과 현장 여건을 고려해 국가와 지방 정부별 방제전략 수립을 의무화한다. 산주, 임업인, 시민사회단체 등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해 방제전략 수립·이행에 참여시켜 정책 공감대를 형성한다. 지속할 수 있는 재선충병 관리 기반도 마련한다.
재선충병 방제 비용을 현실화하고 이동 규제 완화를 통해 피해 고사목 활용도 확대하기로 했다. 기후변화, 산주 소득 등을 고려한 수종 전환 방제를 확대해 재선충병에 안전한 새로운 숲도 조성할 계획이다. 방제사업에도 변화를 줬다. 문제 사업지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민 참여형 감시체계도 마련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인공지능(AI) 활용 자동 예찰·분석체계 구축과 재선충병 내성 품종 개발 및 친환경 방제제 개발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