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로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56)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인 그가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르면 이란과의 대치를 풀기는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르면 4일 하메네이의 후계자가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들은 성직자들이 발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일부는 후계자가 지명되면 그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슬람 전문가인 발리 나스르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모즈타바가 지명될 경우 “현재 정권을 장악한 측이 훨씬 더 강경한 혁명수비대 계열임을 시사한다”고 NYT에 설명했다. 모즈타바는 혁명수비대와 매우 가깝고 이란의 군사 안보 분야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적 온건파인 성직자 알리레자 아라피와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손자 하산 호메이니도 후계자 후보로 거론됐으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이란에 ‘베네수엘라 모델’이 적용되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득권 세력 중에서 미국의 파트너를 골라 이들이 국정을 맡게 하는 방식이다. 민주화와는 거리가 멀지만 혼란을 줄이면서 미국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고 승리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가족이 폭사한 가운데 살아남은 초강경파 지도자가 등장해 미국을 향한 결사 항전을 다짐한다면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부가 이란의 잠재적 지도자로 여기던 인물 다수가 사망했다”며 “곧 우리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란 최악의 시나리오와 관련한 질문에는 “우리가 이렇게 했는데도 이전 인물만큼 나쁜 사람이 권력을 잡는 것”이라며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전쟁은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2~3일을 거론했지만 이틀 만에 “4~5주나 그 이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란이 장기전 태세를 굳히면서 지상군 파병 없이는 전쟁을 마무리할 수 없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전쟁을 시작한 이유에 대한 오락가락한 설명도 혼란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가 하지 않으면 그들이 공격할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전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이 먼저 공격을 결정했기 때문에 미국이 합류해야만 했다고 설명한 것과 배치된다.
호르무즈해협 방어 전략도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필요한 경우 미 해군이 가능한 한 빨리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필요한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동맹과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페인이 방위비를 충분히 올리지 않고 군사 기지 사용도 거절했다며 “스페인과의 모든 무역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영국을 향해서는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이 없다며 키어 스타머 총리의 리더십을 깎아내렸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