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제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의 소상공인이 내국인 고용 의무 없이 외국인 직원을 채용할 수 있게 하는 새 이민정책을 발표했다. 고령화가 심각한 농어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장기 체류를 허용하는 ‘농어업 숙련 비자’를 신설하고, 국내 전문대에서 해외 유학생을 키워 지역 제조 기업에서 일하도록 하는 ‘K-코어 비자’도 도입한다고 한다. 급속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지역 소멸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일자리 미스매치와 지방 제조업 인력난을 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30년부터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자가 동시에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경제활동 참가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2024~2034년 연평균 성장률이 1.6%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률을 2.0%까지라도 높이려면 122만 명을 추가로 고용 시장에 공급해 인력 부족을 메워야 한다. 국내 인구가 감소하는 현실에서 외국인 인력 유치가 절실한 이유다.
주요 선진국은 당장의 노동 수요만을 충족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민 정책을 펴고 있다. 까다로운 비자 정책을 유지하는 미국 유럽 일본 등도 첨단 인력 유치에는 훨씬 유연한 자세로 임하고 있다. 중국 역시 고급 두뇌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다.
정부가 이번에 첨단기술 인재 확보를 위해 고숙련 외국인 비자 제도를 손보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해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 등 8개 첨단산업 분야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도입한 ‘톱티어(Top-Tier) 비자’ 대상을 확대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우수 인재를 유치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현재까지 발급 인원은 20명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진즉에 제도를 개선했어야 한다. 국가 미래를 위해서는 고급 과학기술 인재를 놓고 세계 각국이 벌이는 이민 정책에서 밀려선 안 된다. 물론 테슬라 등 미국 빅테크가 국내 반도체 인재를 빼가려는 움직임에도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