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중동·유럽 여행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줄줄이 여행을 취소하고 있다. 중동 여행을 간 사람들은 현지 공항이 폐쇄돼 공항에 발이 묶였다. 여행사들은 환불·취소가 이어져 대규모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귀국노선 없어 현지서 발동동
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 노랑풍선 등 국내 주요 여행사는 중동 지역 상품을 전면 취소한 뒤 환불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오는 10일까지 인천에서 출발하는 두바이, 아부다비 관련 상품을 전면 취소했다. 전쟁 상황임을 고려해 취소 수수료는 받지 않기로 했다.
교원투어, 노랑풍선, 놀인터파크, 모두투어 등도 중동 경유 노선 이용 상품에 대해 항공편 결항에 따른 취소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취소 안내를 하고 있다. 야놀자, 여기어때 등 여행 플랫폼에도 중동 관련 여행상품·항공편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야놀자 관계자는 “1일부터 전날까지 약 100건의 중동 관련 상품이 취소됐다”며 “중동에서 여행 중인 고객의 환불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중동 사태 직전 여행을 떠났다가 발이 묶인 여행객은 최소 800명이 넘는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 3개 회사 상품을 통해 중동 지역(두바이, 카이로 등)에 머무르는 여행객은 각각 300명, 240명, 250명으로 집계됐다. 자유여행 및 출장 등 인원을 더하면 수천 명이 중동에 발이 묶인 것으로 파악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란과 이스라엘을 포함해 중동 지역 13개국에 단기 체류 중인 한국인은 약 4000명이다.
두바이, 도하 등 중동 주요 지역 공항의 한국행 노선 운항이 중단되자 여행객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두바이에서 가족과 여행 중인 김모씨는 “대한항공은 비행기를 띄우지 않는다고 해서 한국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란 공습 주의를 안내한 뒤 후속 조치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여행객은 이날부터 우회 항공편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하나투어 단체여행객 40여 명이 두바이국제공항에서 대만 타이베이공항으로 향하는 항공편에 올랐다. 교원투어는 두바이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어 오만 무스카트로 이동한 뒤 귀국 항공편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명품 현지매장 줄폐쇄
유럽 여행을 계획하던 사람들도 중동 전쟁 여파로 계획을 줄줄이 바꾸고 있다. 주요 해외 항공사가 한국~유럽 노선을 운영할 때 두바이국제공항 또는 아부다비에 있는 자이드국제공항을 중간 기항지로 사용하고 있어서다.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자 유럽 노선 항공권 가격은 크게 뛰었다. 구글 항공권 가격 추적 시스템에 따르면 인천~파리 편도 항공권(경유 포함) 최저가는 지난달 27일 기준 58만5900원에서 이날 103만3100원으로 두 배가량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인천~취리히 노선도 42만8100원에서 86만9600원으로 급등했다.
유럽 신혼여행을 준비 중이던 박모씨는 “8일 항공편을 예약했는데 중동 항공사가 취소 접수를 빨리 받아주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며 “급한 대로 몽골을 경유하는 항공권을 구매했지만, 여행 경비가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고 했다.
여행·항공업계는 중동 군사 충돌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객단가가 높은 유럽 여행 수요가 줄어들 조짐을 보이는 데다, 결혼을 많이 하는 5월이 코앞으로 다가와서다.
중동 위기가 고조되자 명품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중동 최대 명품 유통기업 샬후브그룹은 바레인 매장을 모두 닫았다. 샬후브는 루이비통, 디올, 펜디, 셀린느, 지방시, 크리스찬루부탱 등 명품 브랜드 매장을 중동에서 운영하고 있다. 구찌와 생로랑을 보유한 프랑스의 케링그룹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등 중동 주요 국가의 매장을 일시 폐쇄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