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4일 오후 4시 31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의결권이 민간 위탁운용사로 이전되면 의결권 자문사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의 시장 영향력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계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대폭 늘어날 수 있지만 국민연금 영향력이 줄어드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위탁운용사가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게 되면 전문성을 보완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외부 의결권 자문기관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의결권 자문 시장은 글로벌 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해 한국ESG기준원(KCGS), 한국ESG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이 주도하고 있다. 연간 수백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이들 자문 시장은 국민연금의 제도 개편을 기점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권한을 넘겨받은 민간 운용사가 개별적으로 수백 개 상장사의 안건을 깊이 있게 분석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소수 대형 자문사의 권고안을 관행적으로 추종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 시장 전체의 표심이 자문기관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업계에선 국민연금의 의결권이 민간으로 위임되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연금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해 온 구조가 시장에 과도한 신호를 줬다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이다. 의결권 행사 주체가 민간 운용사로 분산되면 기업으로선 단일 기준에 좌우되기보다 다양한 투자 관점이 반영되는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선호하는 운용사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운용 성과를 중시하는 판단 구조 속에서 시장 평균적인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위탁운용 부문은 시장 판단에 맡겨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합리적인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