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빼라" 美정부 퇴출 공식화에…삼성·SK '환호'

입력 2026-03-04 17:24
수정 2026-03-05 00:44

내년 말부터 중국산 반도체가 들어간 제품은 연 1200조원에 달하는 미국 공공 조달 시장에서 퇴출된다. 미 연방 정부의 조달 관련 규정을 만드는 연방조달규정위원회(FAR)가 2027년 말부터 중국 대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기업인 중신궈지(SMIC)와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가 생산한 반도체를 탑재한 완제품·부품에 대한 정부 조달을 금지하기로 해서다.

메모리 반도체 품귀와 가격 폭등 여파로 애플, 델 등 미국 기업이 중국산 반도체 탑재를 검토하자 ‘국가 안보’를 내세워 차단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방 정부가 중국산 반도체 퇴출에 나선 만큼 미국 기업들이 일반 제품에도 중국산을 배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대형 호재란 평가다. ◇中 반도체 공공 시장서 퇴출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 연방조달규정위원회는 지난 17일(현지 시간) SMIC와 CXMT, YMTC가 생산한 반도체가 적용된 제품·부품·서비스의 연방 조달을 금지하는 내용의 규칙을 관보에 공고했다. 규칙은 내년 12월 23일부터 발효된다. SMIC는 세계 3위권 중국 파운드리 기업이며, CXMT(D램)와 YMTC(낸드플래시)는 각각 글로벌 4~5위권 메모리 업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SMIC의 파운드리 라인에서 생산한 디스플레이구동칩이나 CXMT와 YMTC의 D램, 낸드플래시가 적용된 서버, PC, 스마트폰, TV 등을 미국 정부에 납품할 수 없다. 연 8500억달러(약 12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미 공공 조달 시장에서 중국산 반도체가 퇴출된 것이다. 위원회는 신설 규칙에 대해 “전자 부품 및 서비스에 내재될 수 있는 안보 취약점을 제거하고 적대국(중국) 공급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美 IT기업 중국산 구매 제동위원회가 중국산 반도체를 퇴출시킨 배경엔 미국 기업들이 값싼 중국 반도체를 구매하려는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가 부른 반도체 슈퍼 호황 여파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 들어서만 전년 대비 2배 이상 오르고, 이 마저도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애플 등 스마트폰 기업과 델, HP 같은 PC·서버 기업들은 중국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연방 정부가 ‘중국산 메모리 퇴출’을 공식화한 만큼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중국 반도체 구매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2022년 미국 기업들이 YMTC 낸드플래시 사용을 검토할 때도 물밑 압박을 통해 무산시켰다. ◇삼성·SK ‘최대 수혜’글로벌 반도체업계는 반도체 슈퍼 호황의 가장 큰 변수로 중국을 꼽았다. 기술력이 올라온 중국 반도체 기업이 정부 보조금을 앞세워 ‘저가 물량 공세’에 나서면 호황 강도가 약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원회가 중국산 반도체 채택에 경고등을 켠 만큼 SMIC, CXMT, YMTC 등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독주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호황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미국 정부의 규제로 우리 기업들이 시간을 벌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슈퍼 호황’을 얼마나 누리는 지는 다음달 공개하는 1분기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범용 D램 평균 판매가격(ASP)이 전 분기 대비 9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30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