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 출신 연구자들이 창업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몰리고 있다. 차세대 AI 모델 패러다임을 선점해 초과 수익을 노리려는 투자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테크업계에 따르면 데이비드 실버 전 구글 딥마인드 수석 리서치 사이언티스트가 창업한 인에퍼블 인텔리전스는 지난달 시드 단계에서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조달했다. 유럽 스타트업 시드 투자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아직 상용 제품조차 없는 신생 기업이지만, 알파고 논문의 제1 저자이자 구글 AI 모델 제미나이 개발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라는 상징성이 기업가치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투자 경쟁도 치열하다. 실버의 창업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대형 벤처캐피털(VC) 세쿼이아캐피털은 투자 검토를 위해 파트너들을 영국 런던으로 급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빅테크 역시 전략적 투자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딥마인드 출신 창업자들이 세운 다른 스타트업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오안니스 안토노글루가 공동 창업한 리플렉션AI는 엔비디아의 후원 아래 지난해 10월 5억4500만달러를 유치한 데 이어 현재 20억달러 규모 추가 투자를 추진 중이다. 불과 5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2.5배로 뛰었다. 오픈AI와 구글 등 빅테크가 폐쇄형 모델 중심 전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오픈소스 기반 AI 모델을 개발한다는 점이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미국에서 대규모 오픈소스 LLM(대규모언어모델)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다”며 리플렉션AI를 대표 사례로 언급했다.
일리야 수츠케베르가 창업한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SSI)도 대표적인 고평가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기업가치 320억달러를 인정받았지만 연구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SSI는 창업 당시 “제품 출시 일정과 단기 수익 압박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연구 조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오픈AI, 구글과는 다른 방식의 AI 학습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딥마인드 창업자인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흐름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일부 스타트업이 출발선에서부터 수백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이 같은 구조는 일반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