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문체부, 성범죄·폭행 등 전과 체육지도자 222명 방치"

입력 2026-03-04 15:53
수정 2026-03-04 15:55


성범죄와 폭력 등 범죄 이력이 있는 지도자들이 유소년 체육 등 현장에서 여전히 활동하는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대한체육회 등 체육 단체의 자의적인 진천국가대표 선수촌 운영과 선수 개인후원 규제 등 문제점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4일 이 같은 내용의 '대한체육회 운영 및 관리·감독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포츠 지도자의 폭행·성폭력 등이 잇달아 불거지자, 정부가 발급한 체육지도자 자격증 보유자만 학교 등에서 감독과 코치 등 지도자(경기인)로 등록하도록 체육회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자격증 보유자에 대해선 정부가 정기적으로 범죄 이력을 조회해 관리하기 때문에 결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체육회는 현장 지도자들이 체육 지도자 자격을 취득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제도 시행 유예를 거듭해 올해 말까지 6년째 적용을 미룬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020년 8월∼2024년 12월의 기간을 특정해 점검한 결과 감독·코치 등 가운데 폭행·성폭력 등 범죄로 자격증이 취소된 사람이 222명이나 지도자로 등록한 사실이 적발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규정의 시행이 유예돼 있어 체육회가 부적격자를 배제할 직접적 의무가 없는 탓에 지금도 다수의 범죄 경력자가 현장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승부조작·금품수수 사건에 연루된 축구 선수, 레슬링·태권도 심판 등에 대한 징계 관리도 부실했다. 절차상 이유나 과중한 징계 등 이유로 법원 가처분 또는 무효 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해, 각 종목 협회가 본안 소송이나 적정한 후속 징계를 하지 않은 탓에 이들이 제약 없이 각종 활동을 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진천 선수촌 관리와 관련해 전 선수촌장은 2023년 세팍타크로 남성 대표팀이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여성 대표팀까지 퇴출하는 등 자의적 제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설이 비어있는데도 배구 대표팀이 2024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배구협회의 사용 요청을 거절하는 등 비효율적 운영이 지적되기도 했다.

베드민턴 안세영 선수로 인해 불거진 선수 개인 후원 금지 문제도 지적됐다. 감사 결과 주짓수 협회와 근대5종경기 협회 11개 체육 단체가 획일적으로 개인 후원을 금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개인 후원을 제한할 경우 오히려 (선수단 전체에 대한) 지원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대한체육회에 감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문체부에는 체육회에 대한 감독 기능을 적절히 행사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