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시 회사만 10조 손실"…삼성전자 노사 협상, 최종 결렬

입력 2026-03-04 15:24
수정 2026-03-04 15:30

성과급 산정 기준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사측은 특별 성과급을 포함한 임금 6.2% 인상, 5억원 저리 대출 등 ‘종합 보상 패키지’를 제시했지만,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협상이 무산됐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4일 “2차 조정 회의는 전날 밤 11시 55분 최종적으로 조정 중지 결론이 났다”며 “공동투쟁본부 체제로 전환해 쟁의권 확보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가 종료되면서 노조는 쟁의행위를 위한 법적 요건을 갖추게 됐다.

노사는 삼성전자의 대표적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성과급(OPI)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OPI는 실적이 목표를 초과할 경우 초과 이익의 20% 범위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노조는 OPI의 상한 자체를 폐지할 것을 사측에 요구해왔다.

사측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산정 기준을 ‘EVA(경제적 부가가치)의 20%’와 ‘영업이익의 10%’ 중 직원이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더해 △영업이익 100조원 달성 시 OPI 100% 추가 지급 △임금 인상률 6.2% △전 직원 자사주 20주 지급 △최대 5억원 저리 대출 △사내몰 100만 포인트 지급 등을 제안하며 협의를 시도해왔다.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5000만원으로,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2024년 국세청 분석 기준 4500만원)의 3배에 달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은 지난해 성과급으로 연봉의 47%,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50%를 지급받았다.

사측은 미래 투자 재원 확보 등을 이유로 OPI 상한을 폐지하기 어렵단 입장을 밝혀왔다. 반도체가 중심인 사업 구조 특성상 벌어들이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재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약 85조원)의 절반이 넘는 47조원을 시설투자에 투입했다.

사측은 상한 폐지가 조직의 결속력을 해치는 ‘노노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적이 좋은 사업부는 일시적으로 막대한 보상을 받지만, 목표에 못 미친 대다수 사업부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어서다. 실제로 반도체 부문 내에서 메모리사업부는 업황이 호황이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와 시스템LSI 사업부는 여전히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자칫 사업 정상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한. 삼성전자는 2023~2024년 엔비디아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실패 이후 부진을 겪다, 지난해 말 납품에 성공하며 사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파업 시 회사는 10조 원의 손실을 보지만 직원들의 손해는 4000억 원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