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코너 몰린 명품 브랜드, 가격 또 올리나

입력 2026-03-05 06:00
수정 2026-03-05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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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명품 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 여파로 주요 명품 브랜드가 현지 매장을 전격 폐쇄하고 있다. 글로벌 명품 기업 주가는 일제히 폭락하는 등 위기감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중국 시장 부진에 이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히던 중동마저 분쟁에 휘말리며 명품 업계의 실적 악화 우려가 현실화했다.

영국의 패션 전문 매체 비즈니스 오브 패션은 3일(현지시간)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충돌로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중동 매장을 전격 폐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찌와 생로랑을 보유한 프랑스의 케링 그룹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등 중동 주요 국가의 모든 매장을 일시 폐쇄했다. 케링 그룹은 이번 조치와 함께 해당 지역으로의 임직원 출장 및 여행을 전면 금지했다.

중동 최대 명품 유통 기업 샬후브 그룹도 바레인 내 매장을 모두 닫았다. 샬후브는 루이비통, 디올, 펜디, 셀린느, 지방시, 크리스찬 루부탱 등의 명품 브랜드 매장을 중동에서 운영하고 있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매장은 문을 열어두고 있으나 직원들의 출근을 자율에 맡기며 사실상 정상 운영을 멈췄다. 명품 업계가 매장 문을 닫은 이유는 이란의 군사 공격이 격화돼 직원과 소비자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항공, 해상 물류가 끊기면서 상품 공급이 불가능해진 영향도 있다.

시장 불안은 명품 기업의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주가는 최근 5거래일간 11.58% 하락했다. 같은 기간 까르띠에 모기업인 리치몬트그룹은 14.13%, 에르메스는 9.12%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의 소비 회복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마지막 성장 동력으로 꼽히던 중동 시장마저 분쟁에 휘말리자 투자자가 명품주를 대거 매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의 위기 속에서도 자산 가치가 높은 특정 브랜드로의 수요 쏠림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외신은 자산가들이 전쟁 공포가 커질수록 유행에 민감한 패션 아이템보다는 가치가 보존되는 ‘안전 자산형 명품’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에르메스의 버킨백이나 켈리백, 파텍필립 등 초고가 시계·다이아몬드 중심의 하이 주얼리가 대표적이다. 특히 에르메스는 주가 하락폭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이는 경기 침체나 전쟁 시기에도 가격 방어력이 뛰어나다는 신뢰가 작용한 결과다.

물류 대란에 따른 가격 인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높아지며 항공과 해상 물류비가 급등하자 명품 업체는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제품 가격을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에선 진단했다.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훌쩍 넘어가자 가죽 가공과 유리 공예 등 제작 공정에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 소비가 결정되는 만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올해 럭셔리 시장 전체가 역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