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로스아이바이오 “라스모티닙, 난소암 장기투약 확보…연내 기술이전 목표”

입력 2026-03-04 14:55
수정 2026-03-12 15:04


“라스모티닙은 인공지능(AI) 설계로 고질적인 독성 한계를 극복해 재발 환자에서도 완전관해(CR)를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내 기술이전을 성사시키겠습니다.”

남기엽 파로스아이바이오 사장은 9일 인터뷰에서 항암 신약 라스모티닙(PHI-101)의 임상 성과와 기술이전 전략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라스모티닙은 파로스아이바이오의 AI 신약개발 플랫폼 ‘케미버스(Chemiverse)’를 통해 도출된 차세대 표적항암제다. 하나의 약물로 급성골수성백혈병(AML)에서는 FLT3 돌연변이를, 난소암에서는 CHK2를 각각 독립적으로 타깃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기존 약물 내성 극복…재발 환자서 높은 반응률AML 적응증에서 라스모티닙의 차별성은 FLT3 내성 돌연변이에 대한 결합력이다. AML 환자의 상당수는 기존 FLT3 저해제 치료 이후 재발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내성 돌연변이가 발생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남 사장은 “라스모티닙은 기존 약제가 결합하지 못하는 내성 돌연변이까지 겨냥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라며 “이 때문에 재발 환자에서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임상 데이터에서도 이러한 가능성이 확인됐다. 라스모티닙은 재발·불응성 AML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 의미 있는 반응을 보였다. 전체 환자의 63.3%가 선행 치료제를 복용한 뒤 재발한 환자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b상 용량 확장군 종양 평가 대상 12명 중 6명에서 종합완전관해(cCR)이 확인됐다.

종합완전관해(cCR)란 골수에서 백혈병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CR)뿐만 아니라 암세포는 제거됐지만 아직 백혈구 등 혈액 수치가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CRi, MLFS)까지 포괄해 치료 반응을 평가한 지표다. 이와 함께 종양 크기가 의미 있게 줄거나 완전히 사라진 환자 비율을 뜻하는 객관적 반응률(ORR)은 67%를 기록했다.

이처럼 악성 재발 환자군에서 높은 반응률을 이끌어낸 배경에는 백혈병 치료의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특정 내성 변이 제어 능력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라스모티닙은 FLT3 ‘게이트키퍼 변이’로 알려진 F691L 변이에 대한 억제 가능성을 주요 차별점으로 꼽힌다. 남 사장은 “존스홉킨스와 공동 연구에서 해당 변이를 가진 세포주와 동물모델에서 라스모티닙이 강한 종양 억제 효과를 보였다”고 했다.

FLT3 저해제 개발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히는 것은 심장 독성이다. 실제 다이이찌산쿄의 '퀴자티닙' 등 경쟁 약물들은 임상 과정에서 심각한 심장 관련 부작용이 발생해 개발이 지연되거나, 승인 후에도 심장 독성에 대한 ‘블랙박스 경고(Black Box Warning)’가 붙어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이러한 문제를 후보물질 설계 단계에서부터 차단하는 전략을 택했다.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케미버스를 활용해 심장 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단백질과의 결합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후보물질을 선별했다.

남 사장은 “초기 단계에서 독성 위험을 예측해 후보물질을 선택했고, 그 결과 임상 1상에서 최고 용량 투여군에서도 심각한 심장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난소암 1상서 7개월 장기 투약 데이터 확보라스모티닙은 AML뿐 아니라 난소암 적응증에서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난소암에서는 DNA 손상 반응과 관련된 단백질인 CHK2를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기전을 기반으로 한다. 회사는 올해 안에 난소암 임상 1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거 머크(MSD), 로슈,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앞다퉈 CHK 저해제 개발에 나섰으나 대부분 임상 중단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승인받은 CHK 저해제(CHK1, CHK2 포함)는 단 하나도 없다.

빅파마의 임상 실패 결정적인 원인은 생존에 필수적인 유전자인 CHK1까지 억제하는 낮은 선택성이다. 정상 세포의 분열주기까지 막아버리면서 환자의 혈액 세포가 파괴되고, 심각한 골수 억제와 호중구 감소증(백혈구 수치 급감) 등 치명적인 전신 독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남 사장은 “라스모티닙은 정상 세포에 필수적인 CHK1은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의 DNA 손상 복구에만 관여하는 CHK2만을 정밀하게 타깃해 기존의 독성 한계를 극복하도록 설계된 약물”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난소암 1상에서 이를 증명하듯 7개월 이상 장기 투약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 데이터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AML 2상 80~100명 규모…연내 기술이전 정조준AML에서 임상 1상 효능 데이터를 확보한 파로스아이바이오의 다음 과제는 대규모 후기 임상 진입과 파트너링이다. 현재 라스모티닙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희귀의약품(ODD) 지정을 받은 상태다. 이러한 규제 혜택을 기반으로 AML 임상 2상 완료 이후 곧바로 조건부 승인을 받는 빠른 상업화 트랙을 검토하고 있다.

관건은 막대한 임상 비용이다. 조건부 승인을 위한 AML 임상 2상에 약 80~100명 규모의 글로벌 환자 등록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끝까지 끌고 가기에는 현실적인 부담이 따르는 규모다.

남 사장은 “대규모 임상 부담을 고려해 바이오유럽과 BIO USA 등 올해 글로벌 파트너링 행사에서 기술이전 협의를 적극 진행할 것”이라며 “임상 2상 진입 이전 글로벌 기술이전을 성사시키는 것이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파로스아이바이오는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AI 플랫폼을 활용해 후보물질 발굴부터 합성, 약리·독성 평가, 임상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고 있다”며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6년 3월 4일 14시55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