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위안이 된다. 지치고 힘들 때면 고향을 먼저 떠올리는 이유다. 한국화가 김인옥은 화폭에 고향을 담는다. 작가가 정의하는 고향은 모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위로가 되는 공간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실이 있는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항금리를 대표적인 모티브로 삼는다. 30년 이상 거주해 온 항금리에서 만나는 모든 일상은 작가의 영감이 됐다. 나무와 풀, 새와 같은 생명의 존재는 물론, 마트에서 만난 브로콜리와 같은 평범한 풍경은 그의 캔버스에서 초현실적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 강남구 갤러리장(Gallery Chang)에서 작가가 포착한 일상의 섬세한 관찰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오는 5일부터 개인전 ‘봄이 들이마신 풍경’을 개최한다. 작가의 그림은 마치 기분 좋은 낮잠을 자며 꾼 꿈처럼, 아이에게 읽어 주는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따스하고 온화하다. 특별한 채색 기법 덕에 완성된 분위기다.
김인옥 작가는 한정된 재료로 다양한 색조와 형태, 질감을 만든다. 그는 물과 종이, 동향화 물감, 접착제를 사용한다. 한지 위에 얇고 섬세한 물감을 수 차례 쌓아 올리는 전통 기법을 활용하면서 붓으로 형태를 잡고 채색으로 구도를 정하는 화법으로 젖은 듯 맑고 밀도 높은 화면을 만들어 낸다.
작가의 독특한 채색과 깊이감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재료는 종이다. 그는 한지 세 겹을 겹쳐 만든 삼합지(三合紙)를 활용한다. 원하는 색감이 나올 때까지 채색과 말리기를 반복하기 위해서는 얇은 종이 한 장으로는 감당이 어렵기 때문이다. 번지는 발묵(潑?)의 수묵과 달리 작가의 채색은 삼합지와 만나 조합을 이룬다.
김인옥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후 홍익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과 미국 뉴욕, 중국 베이징 등에서 30회 이상 개인전을 선보여 왔고, 아트 필리핀 2025 , 홍콩 아트센트럴 2025 등 국제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을 포함한 다수 공모전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KB금융, 삼성화재, 홍익대 박물관 등이 있다. 전시는 3월 25일까지.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