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형 민자, 재정과 안전 모두 잡는 현실적 해법 [삼일 이슈 프리즘]

입력 2026-03-04 10:52
이 기사는 03월 04일 10: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부는 지난 달 발표한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을 통해 향후 5년간 100조 원 규모의 신규 민자사업을 발굴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제도적으로만 존재했던 ‘운영형 민자사업’이 정책 전면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운영형 민자는 준공이 완료된 정부 소유 시설을 대상으로 민간이 필요한 투자재원을 조달하고 필요시 개량·증설을 수행하고 운영 및 유지관리를 수행하는 민간투자사업을 뜻한다.

정부는 기존 민자시설 뿐만 아니라 재정으로 건설된 공공시설까지 운영형 민자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대규모 개량 없이 운영만 담당하는 ‘단순운영형’을 새로 도입해 운영형 민자를 민자정책의 핵심 축으로 격상시켰다. 이는 신설사업 중심의 기존 민자 패러다임이 운영·유지관리 중심 구조로 전환되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방향 전환은 국내 인프라가 직면한 구조적 현실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2030년 전후로 다수의 인프라 자산이 관리운영 만료를 앞둔 가운데, 기후·안전 기준 강화로 유지관리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반면 신규 건설을 통한 확충은 막대한 재정 부담을 수반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기존 인프라의 운영 효율과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춘 운영형 민자사업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왜 지금 운영형 민자인가 운영형 민자가 정책 전면에 등장한 배경에는 세 가지 현실적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 다수 인프라 자산의 관리운영 기간 만료가 집중되는 시점이 도래했다. 만료 후 전면적인 재정 복귀를 선택할 경우 공공부문의 인력·예산·기술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둘째, 노후화된 인프라의 안전성과 성능 개선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강화되는 안전 규제와 재난 대응 기준을 충족하려면 지속적인 관리와 투자가 필요한데, 민간이 축적한 운영 노하우를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 이러한 도전에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 공교롭게도 재정 여력이 제한되는 시기와 겹친다. 이런 조건 속에서 기존 자산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관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운영형 민자가 실질적 해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운영형 민자는 대규모 건설투자가 아닌 운영성과 기반 구조이기 때문에 공공부문이 부담해야 하는 초기 재정 투입이 크지 않다. 또한 민간의 장기 운영 역량을 활용해 시설관리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안전·성능 지표를 계약에 반영해 공공서비스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운영형 민자를 재정·민자 병행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명확히 제시했다. 사후 비용에서 사전 투자로… 안전관리 패러다임 전환운영형 민자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안전관리 방식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건설현장 사고 증가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엄격해진 환경 속에서 정부와 업계는 민자사업 사업비에 ‘안전관리 비용’을 사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안전을 공사 완료 후 보수하는 ‘사후비용’이 아닌, 예방 중심의 ‘사전투자’ 개념으로 전환하려는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는 작업 전 안전회의(TBM) 확대, 정기점검 강화, 운영상 안전절차 표준화 등으로 추가적인 공정·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고 위험을 낮추고 서비스 중단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 특히 운영형 민자는 운영기간 전반에 걸쳐 안전·복구·점검 활동을 계약의 핵심성과지표(KPI)로 설정할 수 있어, 안전관리 비용을 운영기간 중 투자비로 인정하고 정산하는 구조가 가능하다. 확산 위한 제도·안전·금융 기반의 재정비운영형 민자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는 운영형 민자 추진시 민자종료 예정사업의 관리이행계획 수립을 면제하는 등 의무를 완화해 절차적 장벽을 대폭 낮췄다. 아울러 운영권 매각대금 처리 기준과 운영형 민자사업 모델을 올해 중 정립하고 이를 제도화해 실무적 기반을 단계적으로 완성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운영형 민자가 그동안 ‘제도는 있으나 작동하지 않는 유형’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적용 가능한 사업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융 여건 개선도 병행되고 있다. 운영형 민자에 적합한 금융여건 조성을 위해 정부는 국민참여 공모 인프라펀드를 도입하고, 해당 펀드를 활용하는 사업자에게 가점을 부여한다. 선순위채 중심 구조와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 보증, 공모펀드 분리과세 혜택(1억 한도·15.4%) 연장, 차입한도 확대(30%→100%), 만기 없는 인프라펀드, 임대형 민자사업(BTL) 전용 특별 인프라펀드(2026년 1,000억 원) 등 다양한 금융 인센티브가 함께 제시됐다. 운영형 민자는 신설사업 대비 수익성이 낮은 경우가 많아, 이러한 금융조달 기반은 재정 부담을 대체하는 실질적 기반이 된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제안요청서(RFP) 안전배점 상향, 중대재해 발생 사업자 제한, 안전 분야 번들링 민자 도입 등을 추진한 것도 운영형 민자가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구조적 전환을 뒷받침하는 조치다. 운영형 민자는 안전을 비용이 아닌 성과의 일환으로 다루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고속도로부터 BTL까지…현장으로 확산운영형 민자는 이제 실제 사업에서도 첫발을 내딛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평택~시흥 고속도로 확장 민간투자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13년부터 운영 중인 기존 평택~시흥 민자고속도로의 서평택JCT~남안산IC 구간을 왕복 4차로에서 왕복 6~8차로로 확장하고 향후 통합 운영(2033년 개통 목표)까지 민간이 맡게 되는 국내 최초의 개량운영형 민자 모델이다. 이는 운영 중 공사와 운영권 조정, 안전비용 처리 등 운영형 민자 특유의 쟁점을 실증적으로 다루는 중요한 모델로 평가된다. 이 사업의 진행 과정은 향후 운영형 민자가 환경·철도·항만·물류 등 다른 인프라 분야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단순운영형은 개량·증설 없이 운영이 가능하고 요금 부과가 어려운 공공성 높은 자산에 적합하다. 기존에 추진됐다가 관리운영기간 만료가 대거 도래하는 학교 등 건축시설 BTL 사업이 대표 사례로, 민간의 운영 효율성을 지속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민자사업 분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운영형 민자, 미래 인프라 운영 전략의 중심운영형 민자는 단순히 공공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 아니다. 부족한 재정을 보완하고, 시설의 안전성과 서비스 품질을 동시에 높이는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인프라 운영전략이다. 2026년 민자활성화대책은 운영형 민자가 제도·안전·금융 구조를 모두 갖춘 정책수단으로 자리 잡는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운영형 민자는 기존 관행과 다른 새로운 추진방식인 만큼, 사업자 의지와 별개로 주무관청의 추진 의지에 따라 성과가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 민간의 적극적인 제안 유인도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활성화 의지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정부고시 선도사업으로 출발해 정책 의사결정의 신호를 분명하게 보여준다거나, 운영형 민자를 추진하는 지자체에 추가적인 중앙정부 재정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선도사업의 신속한 실행과 정부의 지원 노력이 병행된다면 운영형 민자는 기존 자산의 가치를 높이고 공공서비스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한국 인프라 정책의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