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제거' 타격망 짰다…이란 폭격 '숨은 참모'의 정체 [강경주의 테크X]

입력 2026-03-04 10:25
수정 2026-03-04 13:38

미국이 이란을 겨냥한 군사공격에 앤스로픽의 대형언어모델(LLM) 클로드를 활용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전쟁 수행 방식의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장 상황 정보 처리 속도와 분석 깊이가 전투 효율로 직결되는 현대전에서 생성형 AI가 참고 데이터를 넘어 지휘·통제 체계의 경쟁력 자체를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방산테크 업계에 따르면 이란 공격 작전을 수행한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번 작전 준비 및 실행 과정에서 앤스로픽의 LLM 클로드를 정보 평가, 목표물 식별, 전장 시뮬레이션 등 분석 업무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대규모 무기를 투입한 실제 작전에서 생성형 AI를 체계적으로 활용한 첫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쟁 준비 단계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고 선택지를 구조화하는 데 클로드의 강점을 활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대전은 위성영상, 신호정보, 통신감청, 적극 정보기술(IT) 인프라 오픈소스, 정찰 보고서, 동맹국 정보, 과거 작전 데이터 등 정보가 쏟아지기 때문에 그 양과 속도를 전쟁 작전 장교와 지휘관들이 처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클로드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전장 환경에서 어떤 정보가 더 중요한지 판단을 돕는 '정보 평가' 도구로 활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의 동선과 회의 패턴, 이란 내 군사 움직임, 과거 유사 작전 사례, 최신 정보 보고서를 동시에 검토해 현재 상황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무엇인지를 정리하는 방식"이라며 "분석 속도를 높이고 인간 분석관이 더 고차원적인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표물 식별'에서도 클로드가 사용됐다. 군사 목표물 선정은 단순히 '어디를 타격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군사 효과, 민간 피해 가능성, 확전 위험, 외교적 파장, 전쟁 비용, 국내 정치적 효과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 판단이다. 클로드와 같은 생성형 AI는 개별 센서 데이터를 직접 판독하기보다는 이미 정리된 관측 정보와 조건들을 입력받아 목표 후보군을 정렬하고 각 선택지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분석 자료를 생성하는데 사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전장 시뮬레이션' 역시 클로드 활용이 추정되는 영역이다. 업계 관계자는 "군사 작전은 항상 상대의 반응을 전제로 한다"며 "특정 타격이 이뤄졌을 때 적의 대응, 시간 경과에 따른 상황 변화, 추가 충돌 가능성 등을 예측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성형 AI는 다양한 변수 조합을 바탕으로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빠르게 생성하고 비교하는 데 유용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앤스로픽을 '급진 좌파 기업'이라고 비판하는 등 미군 시스템에서 클로드를 퇴출할 것이라는 경고를 한 바 있다. 미 국방부는 AI의 군사적 활용 범위를 전면 개방할 것을 요구했으나 앤스로픽이 대규모 감시나 완전 자율형 살상 무기 개발에 자사 기술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연방기관에 클로드 사용 금지를 명령했지만 실상은 미국 군사 작전에서 클로드를 대체할 만한 AI가 아직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6개월의 단계적 중단 기간을 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과정에서도 클로드를 활용했다.

전문가들은 군사 경쟁이 더 위력적인 무기를 확보하는 문제를 넘어 AI를 어떻게 군사 체계의 통합하고, 인간의 판단을 어떻게 보조할 것인가가 새로운 전력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군의 AI 활용은 전쟁이 이미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신호"라며 "AI가 전쟁의 '무기'가 아니라 전쟁을 설계하는 도구, 즉 작전 장교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