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쟁의 서막은 며칠 전, 도쿄의 은밀한 회의에서 시작됐다."
최근 출간된 소설 <독도의 눈물>의 도입부다. 약 40년간 외교 현장에 몸담은 박희권 전 외교부 조약국장이 직접 쓴 소설이다. 2006년 동해의 해저 지명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제소 저지 과정과 독도 기점 선포의 배경을 문학의 언어로 기록했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의 숨막히는 각축전, 그 이면에서 벌어지는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 저는 국익의 최전선에서 묵묵히 분투하는 공직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작가 자신의 경험과 분투를 녹여냈다. 주인공 박정도 조약국장은 당시 조약국장이던 필자를 떠올리게 한다. 일본은 해양 조사와 해저 지명 문제를 명분으로 독도 주변 해역에 접근하며 한국을 자극하고, ITLOS를 유도해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소설 속 일본 관방장관은 말한다. "한국이 우리 배에 손을 대는 순간, 덫은 작동한다."
소설은 애국적 구호를 남발하지 않는다. 독도를 에워싸고 있는 한일의 외교·정치 국면이 얼마나 치열하고 엄밀한 국제법 문제인지 보여줄 뿐이다. 관할권, 국제 여론과 국내 정치 등이 얽힌 상황에서 독도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영토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게 한다.
논픽션이 아니라 소설을 택한 결정에는 외교 전선에서 독도 문제를 고심해온 공직자의 회한이 녹아 있다. 저자는 외교관이 '총을 들지 않는 군인'이라며 "국력을 충분히 지켜내지 못했다는 무력감에 종종 짓눌렸다"고 고백한다. "커리어의 많은 기간을 독도 문제와 씨름했다. (…) 내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글을 남기고자 한 이유는 분명하다. 작가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일치단결해 조직 내의 압박과 일본의 도발을 물리친 자랑스러운 공직자들의 노고와 헌신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동아시아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이 때, 작가는 독도에 대한 우리의 실효적 지배를 확고히 하면서도, 한·일 관계가 성숙한 파트너십 확립을 위해 여하히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하는지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작가의 말'을 이렇게 끝맺었다. "역사는 언제나 공직자의 어깨 위에서 무거웠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작가의 경험이 그 길을 걷는 이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기록의 의미는 충분할 것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