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전자' 붕괴에 개미들 비명…"꽉 쥐고 있어라" 반전 전망 [종목+]

입력 2026-03-04 08:40
수정 2026-03-04 08:50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폭락하며 '20만전자'와 '100만닉스'를 내줬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빌미로 단기 급등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지면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중동발(發) 시장 충격이 불가피한 상황 속 실적이 확실하게 뒷받침되는 반도체주로 대응할 것을 권고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9.88% 내린 19만5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5거래일 만에 20만원대가 무너졌다. SK하이닉스 역시 11.5% 하락한 93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4일 100만원을 돌파했으나 5거래일 만에 재차 90만원대로 밀렸다.

외국인이 이들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13일부터 전날까지 9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서며 19조5777억원 순매도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16조4858억원)를 가장 많이 팔았고 SK하이닉스(-3조9163억원)와 삼성전자 우선주(-1조2510억원)가 각각 순매도 2위와 3위에 올랐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내 증시 첫 개장일인 전날 하루 동안에만 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3조1967억원과 1조2070억원 순매도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이 그동안 주가가 급등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군사작전으로 지도부가 붕괴된 이후에도 친이란 세력이 가세해 전선이 확대되고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는 등 전쟁이 진정되기보다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최근 추격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서 "지난주 목요일에 정기예금을 깨고 일부 대출받아 삼성전자 주식 1119주를 주당 21만9000원에 샀는데 하루 만에 떨어지니 불안해서 속이 타들어 갈 것 같아요" "반대매매 물량까지 풀릴까 봐 걱정되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시장 충격이 불가피한 만큼, 이익이 확실히 뒷받침되는 반도체주로 대응할 것을 권고한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대부분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고 이란 인접 지역에서 원재료를 조달하는 비중도 낮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불확실할수록 확실한 것에 프리미엄이 붙는 메모리 반도체 업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시장은 변동성 국면에서 이익 가시성과 대체 불가능성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강하고, 메모리 반도체는 '확실한 자산'으로 재분류될 공산이 크다"고 짚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가 실적 개선의 핵심인 반도체 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메모리 수요의 60% 이상이 미국 데이터센터용이고, 이란 인접 지역에서 직접 조달하는 반도체 원재료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공급자의 보수적 설비투자 기조가 메모리 가격 유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값과 상단값을 감안하면 추가 상향 여력이 남아있고, 메모리 가격이 유지되는 한 원·달러 환율 상승도 실적 증가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