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4분기 '이익 급감' 속사정…기저효과 빼면 실질영업익 감소율 줄어

입력 2026-03-04 09:32
수정 2026-03-04 09:33

쿠팡이 지난해 연간 최대 실적을 경신했음에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7% 급감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과거 일회성 수익 반영에 따른 기저효과와 선제적 비용 처리에 따른 매출원가 급등, 연말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4일 유통업계와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약12조8103억원(88억35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다. 반면 4분기 영업이익은 약 115억원(800만 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 약 4353억원(3억1200만달러) 대비 97% 급감했다. 당기순손익 역시 약 377억원(2600만 달러) 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익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는 2024년 4분기 실적에 일시적으로 반영됐던 덕평 물류센터 화재 보험금 수익(약 2441억원)의 기저효과가 꼽힌다. 이를 제외한 실질 영업이익은 1912억원 수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115억원) 감소율은 97%가 아닌 94%가 된다.

여기에 매출원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점도 수익성 악화를 부추겼다. 4분기 매출원가율 상승 폭(15%)이 매출 증가율(11%)을 웃돌면서 매출총이익률은 2.48%포인트 하락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쿠팡이 개인정보 사고 대응 비용이나 신사업 투자 부담 등 잠재 부실 요소를 4분기 실적에 일부 반영하는 '빅배스' 회계 기법을 단행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빅배스는 일회성 비용이나 누적손실, 잠재손실 등 부실요소를 4분기에 모두 반영해 처리하는 회계 기법이다. 다음 분기 실적 개선 폭이 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도 뼈아팠다.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유통가 연말 최대 성수기에 마케팅 기회를 상실하며 수익 창출에 제동이 걸렸다. 다만, 올해 2월 들어 쿠팡 월간 활성 이용자 수 (MAU) 감소 폭이 0.2%로 줄어드는 등 이탈세가 다소 진정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7일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작년 4분기 활성 고객 수, 와우(WOW) 멤버십,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후 안정세를 보인다는 입장이다. 쿠팡Inc는 "최근 실적에 따르면 성장률에 대한 영향은 이후 안정화됐으며, 올해 1분기부터는 회복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1분기 고정 환율 기준 5~10%의 매출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한편 분기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연간 실적과 자금력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49조1197억원(345억3400만달러)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3년 연속 연간 영업흑자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전년보다 늘어난 약 9조원(63억1800만달러)에 달한다. 쿠팡은 최대 이익과 거대한 자금을 배당 대신 투자에 집중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만 진출 및 국내 물류 인프라 확대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의 설비 투자 등을 의미하는 유형자산 취득액은 12억5400만 달러로, 전년(8억1900만 달러) 대비 53% 급증했다.

대만 사업과 쿠팡이츠 등이 포함된 성장 사업 부문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손실 규모 역시 전년(1억5000만달러)보다 확대된 2억2500만달러(3200억원)로 집계됐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미래를 구축하는 데 계속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 의장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고객 경험 개선과 서비스 비용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운영 전반에 걸쳐 더 높은 수준의 혁신과 자동화를 도입하고 있다"며 "로켓배송에 대한 투자가 포함되고, 상품 확대와 운영 혁신을 위해 더 높은 수준의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