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은 울돌목에서 '파도'의 방향이 바뀌며 승리했어요. 저희 팬덤명이 '파도'인데요. 이 전투처럼 저희도 '파도' 덕분에 활동을 승리로 이끌어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에 맞섰던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 그 불가능한 승리를 일궈낸 비장한 투지가 2026년 K팝 무대 위에서 재현됐다. 장애라는 편견을 딛고 음악이라는 무기로 세상에 맞선 최초의 수어 아이돌 빅오션(Big Ocean)이 그 주인공이다.
빅오션(찬연·PJ·지석)은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쇼킹 케이팝 센터에서 세 번째 미니앨범 '더 그레이티스트 배틀(THE GREATEST BATTLE)'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이번 앨범은 세 멤버가 겪어온 치열한 삶의 궤적을 명량해전의 서사에 투영해 한 편의 전쟁 영화 같은 웅장함을 선사한다.
빅오션은 청각 장애인 찬연, PJ, 지석 세 멤버로 구성된 K팝 최초의 그룹이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딥러닝 인공지능 기술과 진동 시계 형태의 메트로놈을 활용해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낸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BBC 등 유력 외신들은 "제도적, 문화적 관점을 바꾸며 전 세계에 농인 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고 극찬한 바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 리스트에 스트레이 키즈와 함께 이름을 올리며 독보적인 글로벌 영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번 미니 3집을 통해 빅오션은 기존의 밝고 희망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층 강렬하고 절제된 분위기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앨범은 기적처럼 승리하는 전투를 주제로, 장애라는 편견에 맞서 싸워온 이들의 가장 치열한 전투의 기록을 한 편의 서사극처럼 담아냈다.
지석은 전투를 주제로 한 이유에 대해 "(저희는) 장애라는 편견에 맞서싸우며 치열한 삶을 살아왔지만, 저희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며 "모든 사람들이 각자만의 노력을 하고 있고, 그 모든 노력들에 응원하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인 '원 맨 아미(One Man Army)'와 '콜드 문(Cold Moon)'을 비롯해 '얼라이브(Alive)' '백(Back)' 그리고 각 곡의 인스트루먼탈 음원까지 총 8트랙이 수록됐다
첫 번째 타이틀곡 '원 맨 아미'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모티브로 해, 세상을 상대로 홀로 맞서는 치열한 마음을 담았다. 웅장한 스트링과 전통 군악기 사운드가 전투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특히 멤버 전원이 작곡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찬연은 "명량해전을 모티브로 한 만큼 한국적인 악기와 긴박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지난 송캠프에서 저희가 잘 들리는 소리가 이런 사운드라고 들어서 더 이런 웅장한 사운드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래 중에 칼에 부딪치는 소리가 있다"며 "처음에는 너무 날카로운 소리여서 기분이 이상했지만, 다른 맴버들은 그게 없어서 신기했다"며 작곡 과정에서의 비하인드도 전했다.
또 다른 타이틀곡 '콜드 문'은 달을 모티브로 삼아, 치열한 전투 끝에 내면의 절제심을 깨닫는 성숙한 자아를 그렸다. '원 맨 아미'가 세상과의 외적 투쟁이라면, 이 곡은 스스로와의 내적 투쟁을 의미한다.
이날 빅오션은 20명의 안무가와 함께 압도적인 스케일의 '원 맨 아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전장의 한가운데 있는 듯한 위태롭고도 비장한 분위기로 무대를 장악했다. PJ는 "배를 띄우고 바다로 나가는 모습을 본 뜬 퍼포먼스나, 학익진 배열로 서는 퍼포먼스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지석은 "(이번 미니 3집에서) 20명의 안무가분들과 함께 했다"며 "지금까지 이렇게 큰 규모로 퍼포먼스를 한 적이 없는데, 멋있는 무대를 많은 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원 맨 아미' 무대에서 수어 퍼포먼스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이번 활동을 통해 '독기돌'로 불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컴백과 동시에 빅오션은 글로벌 무대로 나아간다. 오는 4월 10일 시카고를 시작으로 12일 뉴욕, 14일 미니애폴리스, 16일 워싱턴D.C., 19일 애틀랜타, 21일 댈러스, 24일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투어를 펼친다. 이후 5월까지 유럽 투어를 이어간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