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핵탄두 늘릴 것"…유럽, 자체 '핵우산' 편다

입력 2026-03-03 17:43
수정 2026-03-04 01:35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유럽 안보를 위해 핵무기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프랑스가 핵전력 증강에 나선 것은 냉전 종식 이후 30여 년 만으로, 미국 핵우산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 마크롱 “신규 핵잠수함 진수”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르테메레르 전략핵잠수함(SSBN)이 배치된 일롱그섬 해군기지에서 “우리의 억지력이 현재와 미래에도 확실한 파괴력을 유지하도록 보장할 책임이 있다”며 “핵탄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핵무기 수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2036년께 신규 핵무장 잠수함인 ‘인빈시블’을 진수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프랑스의 핵탄두 증강 계획은 유럽에 ‘핵우산’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새 핵교리에 영국 독일 폴란드 네덜란드 벨기에 그리스 스웨덴 덴마크 등이 동참한다”며 이번 계획이 유럽 핵우산 계획의 일환임을 명확히 했다. 또 “핵무기를 장착한 자국 공군기의 동맹국 임시 배치를 허용하겠다”며 “유럽 국가와 관련 협정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날 그는 “우리가 (핵)무기를 사용해야 한다면 아무리 강력한 국가라도 자국을 보호할 수 없고, 아무리 거대한 나라라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유로워지려면 두려움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후 현재 EU 내 유일한 핵 보유국이다. AP통신은 “프랑스가 핵탄두를 늘리는 것은 1992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1990년대 초 프랑스는 핵탄두 약 540기를 보유했지만 이후 군비 감축으로 크게 줄어 현재 보유량은 약 290기로 알려졌다. 세계 4위 규모 보유량이지만 5000기가 넘는 러시아, 미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큰 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에 의존해왔다. 현재도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튀르키예 등 나토 회원국에 미국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 지난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뒤 유럽은 핵무장을 포함해 독자 방위 역량을 꾸준히 논의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에 유럽에선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럽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선 프랑스와 독일이 핵우산 논의를 공식화했다. 당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프랑스와 핵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영국과 프랑스의 핵 억지력이 이미 다른 나토 회원국을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 “유럽 핵우산 대체하기엔 한계”이날 마크롱 대통령도 미국 국방 전략 변화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군사력 확장 등이 프랑스가 핵우산 확대에 나선 동기라고 언급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럽이) 미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한때 금기시된 유럽 보호를 위한 프랑스 핵무기 계획이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유로뉴스는 “그동안 유럽에서 핵 억지력은 각국의 고유한 영역이고, 주권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민감한 문제였다”며 “유럽이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핵을 포함해 자체 역량 기반으로 미래 안보 체계를 구상하기 시작했다는 중요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프랑스 핵우산 확장이 기존 나토의 핵 공유를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핵우산 계획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비롯한 국제법 의무를 지키며 나토의 핵 억지력과 핵 공유 체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핵무기 사용의 최종 권한은 프랑스 대통령에게만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핵우산은 결국 ‘프랑스가 동맹을 위해 어디까지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를 믿게 하는 게임”이라며 “핵 사용권이 프랑스 대통령에게만 있으면 ‘위기 발생 시 프랑스가 쓸 수 있나’를 두고 유럽 국가들의 의구심이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