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내던진 외국인에 '증시 쑥대밭'…정유·방산·해운株만 생존

입력 2026-03-03 17:36
수정 2026-03-04 01:51
파죽지세로 오르던 코스피지수가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중동 긴장의 수혜주로 꼽힌 방위산업 정유 해운 등 업종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도주는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코스피지수 하루 하락폭(-452.22포인트)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락률(-7.24%)은 미국 경기 침체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가 동시에 나타난 2024년 8월 5일 ‘검은 월요일’(-8.77%) 후 최악이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약 377조원이 증발했다. 총 4769조4334억원으로 지난달 24일 이후 4거래일 만에 5000조원을 내줬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16.37% 급등한 62.98에 장을 마쳤다. 2020년 3월 19일(69.24) 이후 약 6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장 초반만 해도 지수는 선방하는 듯 보였다. 오전 11시께까지 6000선을 지켜냈다. 낮 12시에 가까워지면서 낙폭을 키워 결국 5800마저 무너진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3.06%)의 두 배가 넘는 하락률로 마감했다.

급락을 주도한 건 그동안 지수 상승을 이끈 주도주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9.88%, 11.5% 급락해 ‘20만전자’와 ‘100만닉스’ 타이틀을 동시에 반납했다. 로봇주로 변모하며 기대감을 키우던 자동차주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차가 11.72% 밀렸고, 기아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11.29%, 9.38% 떨어졌다. 이날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등 5개 종목이 코스피지수 전체 하락분의 63%를 차지했다.

시총 상위 50개 종목으로 넓혀도 마찬가지였다. 30개 종목이 하락률 5%를 넘었고 두 자릿수 하락폭을 보인 종목도 10개에 달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차익 실현이 유가증권시장 주도 업종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지정학적 긴장의 수혜가 예상되는 방산과 정유, 해운 업종이 지수 낙폭을 줄여줬다. 미사일과 대공무기 위주 전황이 펼쳐지며 관련 무기 체계를 보유한 종목이 급등세를 보였다. LIG넥스원이 가격제한폭(29.86%)까지 뛰었고, 한화시스템도 29.14% 급등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19.83%), 현대로템(8.03%) 등 다른 방산주도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날 ‘PLUS 한화그룹주’ 상장지수펀드(ETF)는 6.42% 올랐다.

정유와 해운주도 중동 전운을 틈타 반등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운임과 유가 상승의 수혜가 기대되면서다. HMM이 14.75% 상승했고 대한해운은 가격제한폭(29.95%)까지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도 28.45% 급등했다.

업종별 전망은 의견이 엇갈린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쟁에 따른 조정 시기엔 유가 상승 수혜주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쟁 장기화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도체 등 기존 주도주 위주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