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주택 20년…서민 주거 안전망 역할 '톡톡'

입력 2026-03-03 17:03
수정 2026-03-04 00:50
서울시가 2007년 도입한 장기전세주택에 20년간 4만3907가구가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보증금 시세의 80% 수준에 최대 20년간 거주할 수 있어 작년 한 해 동안만 보증금 약 10조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2024년 도입한 ‘미리내집’ 기능을 강화하는 등 장기전세주택을 저출생 극복을 위한 주거정책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연간 공급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저렴한 임대료 책정에 따른 누적 적자를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전세 이용 규모 4만3907가구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 도입 후 20년 동안 총 3만7463가구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했다고 3일 밝혔다. 장기전세주택 이용 규모는 총 4만3907가구에 달한다.

장기전세주택은 인근 시세의 80%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다. 2년 단위 재계약 때 보증금 인상률은 연평균 5% 정도로 유지된다. 장기전세주택 평균 보증금(2025년 기준)은 서울 아파트 평균의 54% 수준이다. 서울시는 “2007년 입주한 가구는 시세의 23% 수준인 보증금에 거주하고 있다”며 “작년 한 해 보증금 절감 규모가 10조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평균 거주 기간은 9.92년이다. 일반 임대차계약 기간이 최장 4년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사는 셈이다. 10년 이상 거주한 가구도 56% 남짓이었다. 일부 입주민은 장기전세주택에 거주하다 자가를 마련해 이주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에 살다 나간 1만4902가구 중 8%인 1171가구가 자기 집을 마련했다”며 “주거비를 줄여 모은 자산으로 주거 독립에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기전세주택은 시민이 선호하는 주거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하철 반경 500m 이내, 도보 7분 이내 역세권 주택이 45%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변북로·올림픽대로 등을 이용하기 편하고 녹지·한강공원 등과 인접한 한강 벨트 단지도 61%였다.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는 83%였다. 500가구 이상 단지는 46%, 1000가구를 웃도는 대단지는 17%였다. ◇재원 확충 방안 마련해야2024년 도입된 장기전세주택Ⅱ 미리내집은 저출생 극복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리내집은 입주 이후 자녀를 한 명만 출산하더라도 소득·자산 증가와 관계없이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 두 자녀 이상 출산하면 20년 거주 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우선 매수할 자격도 준다. 그동안 2274가구가 공급됐다.

입주자 설문조사 결과, 미리내집에서 출생한 자녀는 총 82명이다. 응답한 입주자 84%(전체 216명 중 183명)가 ‘향후 가족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다음달부터 미리내집에 ‘보증금 분할납부제’를 도입한다. 보증금 분할납부제는 입주 때 보증금의 70%만 내고 나머지 30%는 유예해주는 제도다. 그 대신 거주 기간에 시중보다 저렴한 이자만 내면 된다.

일각에서는 기존 장기전세주택이 안고 있는 재정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전세주택은 국비 지원 없이 100% 서울시 재정으로 공급된다. 매달 현금 흐름이 있는 월세 기반의 임대주택과 달리 보증금으로 운영돼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사업 주체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2024년 임대 사업에서 469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확대해 조합과 갈등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장기전세주택은 지난 20년간 무주택 서울 시민의 주거 사다리이자 임대료 상승 시기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자녀 가구에 혜택을 강화하는 등 ‘서울형 저출생 대응 주거정책’의 주요 축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