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연이어 '대박' 터트리더니…글로벌서 인정 받았다

입력 2026-03-03 16:24
수정 2026-03-03 16:52
이 기사는 03월 03일 16:2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세계 최고 권위로 평가받는 사모부동산 분야 상을 수상했다. 북미·유럽·아시아의 주요 연기금과 국부펀드를 제치고 정상에 오르며, 글로벌 부동산 자본시장에서 핵심 투자자로 자리매김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글로벌 사모부동산 전문 매체 PERE가 선정한 'PERE Awards 2025'에서 '글로벌 올해의 기관투자가상(Institutional Investor of the Year, Global) 부문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북미·유럽·아시아태평양을 통틀어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낸 기관투자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한국 연기금이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PERE는 매년 전 세계 기관투자가와 사모 부동산 운용사를 대상으로 자금 모집 규모, 투자 집행 실적, 거래 영향력, 전략적 혁신성 등을 종합 평가해 수상자를 뽑는다. 후보는 시장 참여자의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선정하며, 최종 수상자는 PERE 편집팀의 심사를 통해 결정한다. 특정 기관이 매체 구독 여부와 관계없이 후보에 오를 수 있고, 수상 여부 역시 편집부 판단에 따라 독립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업계 내 공신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글로벌 부문은 지역 수상자와 달리 대륙 간 비교를 거쳐 최종 결정되는 만큼 상징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지난 수년 간 북미·유럽·아시아에서 굵직한 거래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키웠다. 캐나다 토론토의 복합 오피스 단지 'CIBC 스퀘어' 투자에 참여해 선진국 핵심 도심 자산 비중을 확대했고,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오피스 리파이낸싱 거래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에서는 물류·데이터센터 중심의 블라인드 펀드 출자와 공동투자(co-investment)를 병행하며 섹터 다변화를 가속화했다. 미국과 유럽 세컨더리 부동산 펀드에 대한 대규모 출자도 단행하며 시장 조정기를 기회로 활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무 성과도 뒷받침됐다. 국민연금의 전체 기금 규모는 최근 1600조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 강세와 해외 자산 평가이익이 겹치며 기금운용 수익률도 두 자릿수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투자 비중은 약 15% 안팎으로, 이 중 상당 부분을 글로벌 부동산과 인프라 자산이 차지하고 있다. 장기 분산투자 전략 아래 안정적 현금흐름 자산과 성장 섹터를 병행하는 구조다.

역대 수상자와 비교해도 이번 선정의 의미는 작지 않다. 최근 수년간 이 부문 수상자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2024년), 싱가포르투자청(GIC·2019·2021~2023년), 알리안츠 리얼에스테이트(2020년) 등 글로벌 대형 기관이 차지했다. 글로벌 사모부동산 시장에서 막강한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기관 사이에서 국민연금이 이름을 올린 것은 한국 연기금의 위상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투자 규모를 넘어 한국 기관의 ‘역할 변화’를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해외 운용사 펀드에 출자하는 ‘패시브 LP’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전략 수립 단계부터 참여하거나 공동투자 비중을 높이며 협상력과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운용 업계에서 국민연금은 안정적 앵커 투자자이자 장기 파트너로 인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 연기금의 글로벌 부동산 시장 내 발언권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단순 자금 공급자를 넘어 시장 판도를 좌우하는 핵심 투자자로 자리잡았다는 점을 국제 무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