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은 3일 "북한은 거대한 감옥과 같은 곳"이라며 "인권 침해가 이란보다 심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의 탈북자에 대한 강제 북송은 국제법에 따라 금지돼야 한다"고 했다.
커비 전 위원장은 지난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 상황이 최근 미국의 공습으로 독재자가 사망한 이란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이라고 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3일 국회에서 열린 북한인권법제정 10주년 기념식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이란에는 의회가 있고 언론의 자유도 조금은 존재한다"며 "북한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개인의 모든 자유와 삶을 통제하는 ‘전체주의(totalitarian)’국가"라고 했다. 그는 서울 여의도의 인터뷰 장소에서 갑자기 국회의 정부와 야당 비판 현수막을 가리켰다. 그는 "창밖을 보라. 이곳은 비판이 자유로운 국가이지만 북한은 거대한 감옥과 같은 곳"이라며 "북한은 한국 드라마를 봤다고 청소년을 공개 처형하고 정치범에 살해, 고문, 강제낙태 등 인권 침해가 자행되는 곳"이라고도 했다.
그는 아울러 최근 중국 공안이 탈북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한국 입국자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은 모두 난민협약 당사국으로 강제송환을 금지한다는 국제법 원칙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연간 한국 입국 인원은 2009년 3000명에 근접했지만 2012년 1500여명, 2019년 1000여명 2024년 200여명으로 급감하는 추세다. 북한 전문가들은 탈북 시도자에 대한 북한의 처형 증가와 중국 공안의 단속 강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아울러 커비 전 위원장은 "우크라이나에 억류된 북한 병사 2명 역시 한국에 귀순 의사가 있는 만큼 북송해선 안 된다”며 “전쟁에 강제로 동원된 이들의 인권보호에 한국 정부도 적극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가능성에 대해선 "ICC가 아직 기소에 충분한 증거를 축적하지 못했다"면서도 "북한 최고지도자외 최고위층에 대해선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법에선 권력을 가진 자가 박해를 멈출 힘이 있는데도 멈추지 않으면 책임을 진다는 원칙이 있다. 지휘관·통수권자 등의 지휘책임(command responsibility) 원칙"이라며 "인권침해를 중단시킬 권한이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휘 책임의 적용 대상이 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북한 인권 상황은 10여년 전보다 훨씬 악화됐다"며 "과거엔 공개처형이 소수였지만 이제는 흔한 사례가 됐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등 유화적인 자세를 취한다고 북한이 태도를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제 경험상 북한은 비판을 피하려고 눈치를 보며 살금살금 걷는(tiptoe) 국가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존중하는 건, 그들에게 맞서서 할 말을 하는 국가"라며 "이러한 점에서 북한은 학교 운동장의 불량배(bully)와 비슷하다. 불량배에게는 맞서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성공단 폭파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개성공단에 남북 협력을 위해 지은 건물을 북한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이 '폭파하라'고 해서 폭파한 일은 현대 세계에서 할 행동이 아니라, 놀이터에서 화가 나서 다 부수는 어린아이와 같은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 김정일의 경우통일에 대한 염원이 있었지만, 김정은은 "남한으로부터 받을 것도 없고 접촉도 원치않고 통일도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연설이 많다고 우려했다.
그는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한국의 젊은 세대가 통일의 꿈을 포기했다는 점"이라며 "한국의 학생들이 일제식민지에 맞서 싸웠던 역사, 군사독재에 맞섰던 역사, 민주주의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를 만들어낸 역사를 다시 배워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됐지만 정부의 예산 배정, 재단 설립, 인권대사 임명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후속조치와 아울러 스포츠 교류, 이산가족 상봉 등 작은 것부터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선 김기현·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북한인권법 10주년 국민보고대회'가 열렸다. 박충권 의원은 "헌법 3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북한 주민 역시 우리가 보호해야 할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며 "정부·여당이 북한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북한 정권의 눈치만 보면서 가짜 평화를 앞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의원은 "북한인권법이 통과될 때만 해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북한 인권 문제는 정치나 당략을 떠나 보편적 가치인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날 대회에선 이재원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회장이 발제를 맡고 김태훈 사단법인 북한인권 이사장이 좌장으로 태영호 전 의원, 이한별 국가인권위 인권위원, 장만순 일천만이산가족 위원장, 강철환 탈북민전국위 위원장, 리소라 모두모이자 대표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