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지하 100m 깊이 수직터널 더 빠르게 만든다

입력 2026-03-03 16:07
수정 2026-03-03 16:16


DL이앤씨가 지하 100m 이상 깊이의 수직 터널을 기존 대비 20%가량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최근 부산항 신항 배후단지 조성 공사에서 아파트 43층 높이(120m)에 맞먹는 땅을 수직으로 파낸 데 이어 경기 포천양수발전소 등에서도 관련 공법을 활용할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최근 업계 최초로 ‘양수발전 특화 슬립폼(거푸집)’ 공법에 대한 특허를 내고 상용화를 추진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지하 100m 이상 대심도 수직 터널을 효율적으로 시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콘크리트 양생 중 거푸집이 천천히 상승하는 슬립폼 공법은 이음매를 없애고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공 속도가 느리다는 게 단점이었는데, DL이앤씨가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특허의 핵심은 슬립폼 이동 방식에 있다. 기존에는 유압잭을 이용해 슬립폼을 밀어 올렸다. 철근 조립과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어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렸다. DL이앤씨가 개발한 기술은 와이어를 이용해 슬립폼을 공중에 띄운다. 이 방식은 슬립폼을 기준으로 상부에서는 철근을 조립하고, 하부에서는 콘크리트를 붓는 것이 가능하다. 기존 방식과 비교해 20%가량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안전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DL이앤씨는 양수발전소 시공에 해당 공법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양수발전은 상부 댐의 물을 하부 댐으로 떨어뜨려 전력을 생산한다. 낙하 구간을 길게 가져갈수록 더 많은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수직 터널을 깊게 뚫어야 하는 만큼, 작업 속도를 높일수록 전체 공사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DL이앤씨는 최근 부산항 신항 배후단지 조성 공사에서 욕망산(경남 창원)에 120m 깊이의 수직 터널을 만드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발전 설비가 설치되는 지하 공간을 조성하는 기술도 DL이앤씨의 강점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서울역 공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층 빌딩과 도로, KTX·지하철 등 철도가 혼재돼 있어 공사 난도가 높았다. ‘분할 굴착 공법’을 활용해 지하 60m 깊이에 5300㎡ 규모의 지하 공간을 만들었다. 터널 단면을 12개로 나눈 뒤 순서대로 발파함으로써 충격을 분산시켰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