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이란 공습 소식 이후 아시아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다만 코스피지수는 3일 하루 만에 7% 넘게 폭락하면서 일본 증시 이틀치 하락분보다 변동성이 더 큰 흐름을 나타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24% 내린 5791.91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6244선에서 마감한 코스피지수는 이날 452.22포인트가 떨어지면서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지수는 장중 가파르게 내려가면서 한때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우리와 달리 전날 주식시장이 열린 일본 닛케이지수는 1.35% 하락하면서 선방했다. 뒤이어 이날 닛케이는 3.06% 급락했지만 2거래일 합산 낙폭이 코스피를 밑돌았다. 대만 가권지수와 홍콩 항셍지수 역시 전날 각각 0.9%와 2.14% 떨어지면서 '패닉셀'(공포매도)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시아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낸 건 이란이 보복성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함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향후 비축유 확보가 관건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란 남부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에너지 요충지로, 이 해협을 통과한 원유의 80%는 아시아로 향한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중동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국내 에너지 생산량이 제한적인 한국과 일본이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취약하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일본은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한다. 한국의 비축유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0일 이상 분량이고, 일본은 254일분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가 뛰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린다. 주식시장에선 유동성이 줄어들 수 있어 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에너지 확보가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의 생산활동에 차질을 줄 수 있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높은 유가가 지속될 경우 이는 글로벌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물가 경로를 통해 통화정책의 완화 속도를 늦춘다면 실질 유동성 공급 모멘텀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선 국내 증시가 이번 공습에 더 취약했던 건 최근 지수가 유동성 영향에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이와 함께 공습 이후 상대적 안전자산에 속하는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과 달리 원화는 약세 기조 속에서 충격파에 더 취약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미국, 이스라엘의 합동 공격으로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일본 엔화는 달러화 대비 소폭 강세를 보이며 달러당 156.08엔으로 내려앉았다. 다만 이날은 닛케이 하락과 함께 엔화도 157엔 중반대로 올라섰다. 반면 원화는 이날 첫 정규장부터 26원대 급등하며 달러당 1470원선을 위협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외국인 투자자가 추가 수익률 압박에 원화를 팔고 달러 기반 자산으로 회귀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이는 다시 외국인 매도세를 불러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시장에서 5조5009억원,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1조3339억원 등 총 6조834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2월까지 코스피는 48%, 코스닥은 29% 오르는 등 여타 글로벌 증시의 성과를 압도한 것이 국내 증시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요인"이라며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총 상위 종목이 강세를 이끌어 차익실현 압력이 높아졌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라 이번주 금융시장에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수 있는 데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인플레이션 임계치를 넘어선다면 긴축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