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글래스, 웨어러블 로봇, 휴머노이드까지 중국의 첨단 인공지능(AI) 하드웨어가 한국에 앞다퉈 들어오고 있다. 과거 '가성비'로 승부했던 중국 제품이 최근엔 글로벌에서 인정받은 AI 성능과 기술적 서사를 앞세워 국내 얼리어답터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3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따르면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기업 LL비전이 만든 AI 안경 ‘Leion Hey2’는 사전 알림 신청자 9000명을 확보했다. 이 안경의 정가는 128만원, 와디즈 펀딩 가격은 80만원대다. 4개의 내장 마이크와 360도 음성 인식 기술로 상대방의 말을 0.5초 이내에 분석하여 안경 렌즈 위에 자막으로 투사한다. 와디즈 관계자는 "올해 CES 현장에서 번역 디바이스의 방향을 바꾼 사례라고 평가받으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중국 제품"이라며 "올 1분기 웨어러블 카테고리의 최대 기대작"이라고 했다.
중국 선전 기업 이코가 만든 AI 폼팩터 폰 ‘마인드원 K pro’도 지난달 26일 와디즈 펀딩 오픈 2시간 만에 펀딩액이 3억원을 돌파했다. 알림 신청자는 1만1000명에 달했다. 회의 녹음, 미팅 요약, 실시간 통역 등 로컬 AI 기능이 담긴 AI 전용 하드웨어다. 내장형 가상 유심을 통해 유심이나 와이파이 없이도 AI 기능 사용 가능한 게 특징이다.
과거 중국산 가전이나 하드웨어가 모조품이나 싼 맛에 쓰는 물건 정도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최근엔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모습이다. 1990년대 선풍기와 진공청소기, 헤어드라이어, 전기다리미 같은 소형가전을 중심으로 들어왔던 중국 하드웨어는 2010년대 들어 TV, 에이컨까지 확장하며 중국산 전열기기 수입 비중이 60%를 넘길 정도로 한국인 안방에 깔렸다. 최근 들어선 샤오미, 엑스리얼 같은 중국 테크업체들이 AI 기기는 물론 로봇 기기까지 한국 시장에 내놓으며 '저가' 이미지를 탈피해 국내 시장을 노리고 있다.
선전의 하이퍼쉘이 만든 AI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쉘도 최근 국내 펀딩에서 목표 금액 대비 3721% 펀딩을 달성했다. 가격이 110만원~330만원에 달하는 고가인데도 관심을 받았다. 국내 로봇 스타트업 브이디로보틱스는 하이퍼쉘의 국내 총판을 맡아 온라인몰 외에도 네이버,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과 현대이지웰 복지몰 입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영등포점 일렉트로마트에선 1월 말부터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을 포함한 로봇 14종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눈에 띄는 중국 혁신 제품을 가장 먼저 한국에 들여오려는 국내 총판들의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중국 혁신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얼리어답터들의 피드백과 데이터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미리 가늠해 보는 방식이다. 와디즈 관계자는 "중국 첨단 하드웨어 업체들이 저가 이미지를 탈피하고, 제품에 담긴 AI 철학과 기술적 서사를 직접 전달하며 혁신 브랜드로 국내에서 포지셔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