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을 두고 "갑작스러운 대변혁이 과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혹은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해달라"고 우려를 표했다. 개별 재판 결과를 두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법관 악마화' 행태도 지적했다.
조 대법원장은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취재진과 출근길에서 만나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고 개선해나가야 할 점은 동의를 얻어야 한다"면서도 "국회의 입법 활동을 전적으로 존중하며, 사법부는 어떤 경우에도 헌법이 부과한 사명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정치권에서 사법개혁 3법 추진의 핵심 명분으로 내세우는 '사법부 신뢰도 저하' 주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은 "세계 여러 나라와 국제기구에서도 대한민국 사법부를 배우려 하고 교류·협력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며 "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법원에 대한 신뢰도는 35%인 반면, 우리나라는 47%"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 기관 평가에서도 우리나라 민사재판 제도는 항상 최상위권을 차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월드 저스티스 프로젝트(WJP)'에서 세계 140여개국 법치주의 질서를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세계 19위를 차지했고, 인구 5000만이 넘는 국가 중에서는 세계 4위를 차지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수치에 만족하자는 게 아니라 어떤 제도를 평가할 때는 객관적으로 좋은 점을 인정하고 거기서 부족한 점이 뭔지 찾아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너무 우리 제도를 근거 없이 폄훼하거나, 개별 재판을 두고 법관들을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심사숙고해달라"고 부연했다.
한편 조 대법원장은 이날 퇴임하는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 임명 제청이 지연되는 이유와 관련해선 "청와대와 협의하는 상황이라 대법원이 일방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가 선호하는 인사를 놓고 의견 차가 있다는 얘기 등 '불협화음'으로 제청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조 대법원장은 향후 국회와의 소통 계획에 대해 "지금까지 해왔듯 대법원이 할 수 있는 의견을 전달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법관들이 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 국민들께서도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