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격에 '국채' 9개월 만에 최대 매도…10년물 금리 4.05% 돌파

입력 2026-03-03 08:22
수정 2026-03-03 08:24

미국의 이란 공격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국채시장이 9개월 만에 최대 매도세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확산되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 국채를 대거 처분했고, 10년물 금리는 단숨에 4.05%를 넘어섰다. 모기지 금리를 비롯한 전반적인 차입 비용 상승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9bp(1bp=0.01%포인트) 급등한 4.05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큰 일일 상승폭이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번 매도세는 이란과 관련한 군사 충돌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촉발됐다. 중동 긴장 고조와 함께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쟁은 재정지출 확대와 공급망 교란을 동반하는 만큼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플리파이 자산운용의 할리 배스먼 매니징 디렉터는 마켓워치에 “전쟁은 결국 돈을 태우는 행위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적 성격을 띤다”며 “다만 관건은 이번 분쟁이 얼마나 장기화하느냐”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군사 작전이 4~5주, 혹은 그 이상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주말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이후 등장할 새로운 지도부와의 대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군사적 긴장과 외교적 여지를 동시에 언급한 셈이다.

채권시장 불안은 이미 미국의 이란 공격 이전부터 감지됐다. 향후 30일간 금리 변동성 기대치를 반영하는 ICE BofA MOVE 지수는 연중 최고치로 급등했다. 지난주 발표된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점도 금리 상승 압력을 키웠다.

최근까지는 원유 공급 과잉 우려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이란과의 충돌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10년물 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만큼, 이번 급등은 모기지 금리 재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주 10년물 금리가 4% 아래로 내려가면서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2022년 이후 처음으로 6%를 하회했지만, 이 같은 흐름이 단기간에 되돌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에드워드존스의 안젤로 쿠르카파스 선임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최근 몇 달간 유가 상승은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결정은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를 일시적 요인으로 판단할 수는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식시장은 장 초반 약세를 딛고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다우지수는 소폭 하락 마감했고, S&P500지수는 보합, 나스닥지수는 0.4% 상승했다. 낙폭이 컸던 소프트웨어주와 일부 대형 기술주는 반등했다.

DWS의 조지 카트람본 미주 채권 책임자는 “위험자산의 빠른 반등은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도 “걸프 지역 확전 가능성, 호르무즈 해협 장기 봉쇄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이란 분쟁이 1973년 오일쇼크 당시보다 더 고평가된 상태의 자산시장에 충격을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