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부담 속에 수년 만에 가장 부진한 월간 성적을 기록했다. AI 경쟁에서 선두를 유지하기 위한 대규모 자본지출이 단기 수익성을 압박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아마존 주가는 2월 한 달 동안 12% 급락하며 2022년 12월 이후 최악의 월간 하락률을 나타냈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기술 대형주 가운데 가장 부진한 성적이었으며, S&P500 구성 종목 중에서도 하위 40위권에 포함됐다. 2025년 연간 상승률이 5.2%에 그치며 매그니피센트 세븐 중 최저 수익률을 기록한 데 이어 또 한 번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
시장에서는 아마존의 공격적인 AI 투자 전략이 잉여현금흐름(FCF)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지출(capex)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언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본 넬슨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에서 150억 달러 이상 자산을 운용하는 아담 리치 부CIO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마존은 점점 경고 사례처럼 보인다”며 “투자 규모는 막대하지만 빅테크 가운데 수익률은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성장률로는 확대된 자본지출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최근 주가 약세는 2월 초 실적 발표 이후 본격화됐다. 당시 아마존은 데이터센터, 반도체, 장비 등에 올해 2000억 달러를 투자해 컴퓨팅 역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규모로, 영업이익 전망 둔화와 맞물려 3년여 만에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실적 개선 효과를 상쇄했다는 평가다.
아마존은 이어 오픈AI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오픈AI 역시 기존 AWS 계약에 따라 향후 8년간 1,000억 달러를 추가 지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 발표에도 불구하고 단기 실적 부담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부각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아마존의 2026년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5억2420만 달러로 예상된다. 이는 2022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FCF가 적자로 전환되는 것이다. 2025년 FCF는 77억 달러였다.
빅테크 전반에서도 자본지출 확대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본지출(capex) 급증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했고, 코어위브는 예상보다 높은 투자 계획과 확대된 손실을 공개한 뒤 하루 만에 19% 하락하며 8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다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아마존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주가는 예상 이익 대비 22배 미만에서 거래되고 있어 지난 20년 평균인 50배를 크게 밑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 대비 할인폭도 사상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 최근 매출 기준으로 글로벌 최대 기업 자리를 차지했음에도, 주가수익비율(PER)은 43배가 넘는 월마트보다 낮은 수준이다.
투자 심리의 변화도 감지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 대규모 AI 투자는 강세 신호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제는 재무지표 악화로 직결되는 위험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마존의 4분기 투자자본수익률(ROIC)은 12.4%로, 두 분기 전 14.8%에서 하락했다. 14.8%는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리치는 “현재 밸류에이션만 보면 과매도처럼 보이지만, 중기적으로 ROIC 하락 추세가 이어지는 한 시장이 이를 보상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월가의 전반적인 시각은 여전히 우호적이다. 윌리엄 블레어의 딜런 카든 애널리스트는 “오픈AI 계약은 2000억 달러 자본지출(capex) 발표의 맥락을 설명해준다”며 “AWS가 대형 신규 고객을 지원하기 위해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픈AI 계약에는 아마존의 자체 AI 칩 ‘트레이니엄’ 사용이 포함돼 있어 해당 사업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아마존은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물류·창고 네트워크에 로봇을 적극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아마존을 담당하는 83명의 애널리스트 가운데 78명이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으며, ‘매도’ 의견은 없다.
파르나서스 인베스트먼트의 앤드루 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마존은 매그니피센트 세븐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투자 기회일 수 있다”며 “성장 속도가 빠르고 밸류에이션은 낮으며, 투자 사이클이 마무리되면 현금흐름도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