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 행동에 나섰고,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 이란의 대리 세력도 전면전에 가세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습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가 50~100%가량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수입 물가 상승 압력 역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 같은 변수는 국내 건설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유가 상승은 건설 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미 빠르게 상승한 재건축 공사비가 더 오를 경우 조합원 분담금 역시 추가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에서는 분담금 부담이 주요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일산이 대표적인데, 백송마을 1·2·3·5단지, 후곡마을 3·4·10·15단지, 강촌마을 3·5·7·8단지, 정발마을 2·3단지 등 약 9174가구 규모 재건축이 추진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현황 용적률이 약 172% 수준에 그쳐 용적률을 300%까지 상향하더라도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커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사업 일정 지연도 문제입니다. 후속 사업지와 묶어 병행 추진하는 방식이 논의되면서 사업 속도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재건축 사업이 지연될수록 금리 상승과 공사비 인상 등의 영향으로 금융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더욱 커지면서 사업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상황은 성남시 분당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분당에서도 분담금이 크게 늘어나는 단지가 속속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단지에서는 조합원 분담금이 최대 7억원 수준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민간 정비사업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와 철거까지 마친 사업장에서도 정부 금융 규제 등의 영향으로 착공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주가 시작되면 조합원 이주비와 사업비 차입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착공이 지연될 경우 조합원들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공사비 상승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 정비사업지 평균 공사비는 평당 808만원 수준이었고, 강남 등 서울 선호 지역 12곳의 평균 공사비는 평당 976만원에 달합니다. 업계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의 경쟁으로 일부 낮아진 수치일 뿐 실제 공사비는 이미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공사비 상승은 강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노원·도봉·강북 등 강북권과 금천·관악·구로 등 서남권에서도 당초 예상보다 높은 분담금이 예상되면서 조합 내부에서 재건축 추진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오는 사례도 있습니다. 수억원의 분담금을 부담하더라도 준공 이후 집값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재건축 대신 기존 건물을 고쳐 사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미국과 일본, 유럽,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에서는 대규모 재건축보다 건물을 보수·개량하는 ‘대수선’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서울 강남에서 기존 아파트를 거주한 상태로 개선하는 '더 뉴 하우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삼성동 힐스테이트2단지의 경우 주민이 거주한 상태에서 약 2년 동안 단지 외벽과 출입구 등 공용부를 개선하고 지하주차장 시스템과 전기차 화재 대응 설비, 스마트 출입 시스템 등을 새로 구축하는 방식입니다. 사용하지 않던 용적률을 활용해 커뮤니티 공간을 기존 대비 223% 늘리는 계획입니다. 대형 건설사는 대부분 이런 '대수선'을 수주하기 위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49% 상승했습니다. 공사비와 분양가가 동시에 오르면서 기존 아파트 가격도 함께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입니다.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건설 공사비 역시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공사비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민간 정비사업에서는 사업성 악화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결국 향후 몇 년 사이 분담금 부담으로 재건축을 포기하는 단지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런 단지들이 선택할 현실적인 대안으로 ‘대수선’ 방식이 점차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따라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라면 중동 정세와 공사비 흐름 등 외부 변수의 변화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