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대통령 직속 기구인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국무총리급)으로 출신과 배경이 제각각인 3명을 한꺼번에 기용한 건 통합·실용 인사 기조를 재확인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규제 합리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온 만큼 실용주의 인선을 활용한 규제 개혁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삼성 저격수’로 불린 비명(비이재명)계 정치인 박용진 부위원장, 삼성 출신 남궁범 부위원장, 자유로운 기업 경영을 주장해온 이병태 부위원장의 ‘케미’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李 ‘3인 3색’ 인선규제합리화위는 행정규제기본법에 근거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기업 활동에 규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규제의 최종 관문’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 인선 중 삼성 출신인 남궁 부위원장 기용은 ‘깜짝 발탁’으로 평가된다. 남궁 부위원장은 1964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삼성전자 경리팀으로 입사한 삼성맨이다. 삼성 계열사인 에스원 최고경영자(CEO)를 맡기 전 삼성전자 재경팀장(부사장)을 지냈다. 경제계 관계자는 “에스원 대표 때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CCTV 사업을 확대하는 등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주력한 인물”이라며 “합리적이고 스마트하다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 출신인 박 부위원장은 대표적 비명계 정치인이다. 22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명(친이재명)계 후보에 밀려 재선 지역구(서울 강북을)를 내줬다. 국회에서는 ‘삼성 저격수’로 불렸다. 현역 의원 시절 이른바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삼성 지배구조 규제 강화를 주장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소속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며 과거 자신이 차량 호출 서비스인 타다를 금지하는 ‘타다금지법’에 찬성한 걸 반성하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냈다.
박 부위원장은 이날 “시간이 흐르며 이미 낡아버렸거나 불합리한 제도와 규제로 우리 사회와 기업들은 비효율적 손실을 겪고 있다”며 “글로벌 선도 국가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규제와 제도를 합리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부위원장은 과거 민주당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온 보수 성향 경제학자다. 앞서 삼성 지배구조 등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박 부위원장과 맞붙었을 정도로 서로 입장이 달랐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경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을 지냈다. 홍 전 시장이 경선에서 떨어지자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타진했지만, 과거 발언이 당내에서 문제가 돼 최종 무산됐다.
이 부위원장은 통화에서 “수출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가 한계에 부딪힌 만큼 AI·디지털 경제에 대비해 경제 자유도를 높이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며 “이해 당사자의 우려를 반영한 대안을 제도 설계에 녹여내야 한다”고 했다. ◇힘 실리는 규제합리화委규제합리화위원회(옛 이름은 규제개혁위원회)는 역대 정부에서 “실질적 권한이 없다”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규제합리화위를 자신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기구로 격상하고 총리급 부위원장을 신설했다. 이전 정부까지 규제합리화위 위원장은 국무총리와 민간 위원이 공동으로 맡아왔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규제일수록 다양한 의견을 들어봐야 문제가 풀린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공개회의에서 규제 개혁 의지를 여러 차례 내보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일단 안 돼’라고 할 게 아니라 ‘일단 돼’라고 하는 쪽으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며 규제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내비친 규제합리화위에 출신 배경이 다른 인사를 기용한 건 실용주의 인사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재명 정부의 통합, 실용 인사 방향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한재영/황정환/김익환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