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사흘째 교전을 이어가면서 중동 하늘길이 막히고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에서 상선 운항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란이 중동 내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뿐 아니라 인근 중동 국가의 민간 시설까지 공격하면서 전화가 중동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 보복에 ‘중동 마비’중동 6개국 협력 기구인 걸프협력회의(GCC)는 지난 1일 화상회의를 열고 “이란의 ‘배신적 공격’으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며 여기에는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는 선택지도 포함된다”고 경고했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등으로 구성됐다.
이란의 반격으로 미군 시설뿐 아니라 이들 국가의 공항, 항구, 호텔 등 교통 인프라와 민간 시설이 파괴되고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다. UAE 두바이, 아부다비 등 주요 국제공항은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피해를 봤다. UAE 측은 이란 탄도미사일 165발이 자국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중동 하늘길은 완전히 막혔다. 바레인,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카타르, UAE 등 대부분 중동 국가가 영공을 폐쇄했다. 항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중동 7개 공항에서 하루 새 3400편 넘는 항공편이 취소됐다. 영국 가디언은 걸프국 3대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 에티하드항공이 중동 공항에서 일반적으로 하루 약 9만 명의 승객을 태운다고 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상선 운항도 차질을 빚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4시간 동안 유조선을 포함해 200척 이상의 상업용 선박이 해협 인근에 정박하거나 우회했다”고 전했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민간 선박 네 척이 공격받았다.
이란 당국은 걸프국 일대에 최소 390발의 미사일을 쏘고 830회의 드론 공격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역내 민간 시설을 겨냥해 공격하지는 않고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트럼프 “새 지도부와 대화 원한다”미국은 일단 이란을 향한 공격을 수일간 이어갈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공개된 두 번째 영상 연설에서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이란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란의 공격으로 숨진 미군을 거론하며 “사태가 끝나기 전까지 더 많은 (사망)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교전으로 미군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전쟁이 한 달 이상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냐는 질문에 “4주에서 5주 정도를 예상한다”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 시사주간 애틀랜틱에 “이란 새 지도부가 대화를 원하고 (나도) 동의했다”고 밝혀 분쟁이 일단락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 실권자 중 한 명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2일 X를 통해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지금까지 이란 해군 함정 아홉 척을 격침하고 이란 해군을 대부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은 전날 미국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호에 미사일 네 발을 발사해 타격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중부사령부는 항모가 타격받지 않았으며 미사일이 항모에 접근하지도 못했다고 반박했다. 미군은 이번 이란 공습에 B-2 스피릿 폭격기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폭격 때 동원된 폭격기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