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당국이 이란 지도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던 배경엔 앤스로픽의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면 베네수엘라·이란에 대한 미국의 국지전은 생성형 AI의 최대 활용처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I가 현대전 양상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전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경쟁2일 외신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란 군부 지도부를 겨냥한 정밀 타격 작전은 위성 영상, 통신 감청, 신호 정보(SIGINT), 휴민트(HUMINT), 공개 정보(OSINT) 등이 결합된 복합 정보 분석 체계를 기반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주변 군사 인사들의 이동 패턴과 회의 일정, 군사 조직 내 의사결정 흐름 등이 정밀하게 파악된 배경에는 정보 분석 역량의 고도화가 있었다는 평가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미 국방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AI 시스템을 해당 작전에 활용했는지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없다. 그럼에도 방산 테크업계에서는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가 작전 준비 과정에서 앤스로픽의 클로드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 국방부는 최근 몇 년간 생성형 AI를 정보 분석과 작전 계획 수립에 활용하는 실험을 해왔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CIA 등이 방대한 군사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민간 AI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클로드가 미국 정부 기관에서 분석용 AI로 시험 사용된 사례가 있고, 트럼프 정부가 엔스로픽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 클로드의 성능을 증명한다”고 해석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작전 준비 과정에서 생성형 AI가 정보 정리와 시나리오 분석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대전은 정찰 보고서, 동맹국 정보 등 수십 가지 데이터가 동시에 들어오기 때문에 인간 분석관만으로는 처리 속도에 한계가 있다”며 “생성형 AI는 이런 정보를 구조화해 작전 장교가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정보 평가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AI가 전쟁의 무기가 아니라 작전을 설계하는 참모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안전성 높은 클로드의 ‘역설’AI업계에선 앤스로픽이 오픈AI와 달리 기업용 시장에 주목한 것이 역설적으로 군사용에 최적화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앤스로픽은 AI 안전 연구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으며, 모델의 오류와 허위 정보 생성(환각)을 줄이는 기술에 집중해 왔다. 챗GPT, 제미나이가 개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빠른 확산을 통해 구독을 늘리는 데 집중한 것과 다른 행보다.
AI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 기관은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폐쇄형 보안 환경에서 AI를 운영할 수 있는 모델을 선호하는데 클로드는 이런 요구에 맞게 맞춤형 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클로드의 유용성이 전장에서 입증되면서 미국 정부와 앤스로픽의 긴장 관계는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앤스로픽은 자사 기술이 살상 무기 개발이나 공격 시스템에 직접 사용되는 것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앤스로픽을 “급진 좌파 기업”이라고 경고하며 연방기관의 클로드 사용 중단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클로드를 단기간에 대체할 수 있는 AI 모델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클로드 사용 중단 조치에는 일정한 유예 기간이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군사 경쟁의 기준이 더 강력한 무기를 확보하는 문제를 넘어 AI를 어떻게 지휘·통제 체계에 통합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AI는 전쟁의 무기가 아니라 전쟁을 설계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며 “전쟁은 이제 화력 경쟁이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경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