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도 베네수엘라처럼…親美 정권으로 재편 노리나

입력 2026-03-02 18:19
수정 2026-03-03 00:5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후 ‘이란 권력 공백’에 대응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구상이 많아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뚜렷한 목표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이란 정권이 어떻게 재편될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가 구상 중인 첫 번째 시나리오는 ‘베네수엘라식 정권 교체’다. 정밀한 군사 타격으로 최고지도자만 제거하는 게 핵심이다. 나머지 기존 정부 시스템과 관료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국에 협력하는 ‘친미 정권’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베네수엘라에서 한 일이 완벽하고,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며 “두 사람(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자신의 일자리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차이를 간과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 참모진도 이란에 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란 지도부는 폭넓은 군사 역량을 갖고 있어 마두로 대통령 생포 작전보다 훨씬 복잡하고 위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이란의 핵심 군사 조직인 혁명수비대 등 군부가 스스로 무기를 내려놓고 이란 국민에게 항복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군부)은 정말로 국민에게 항복할 것”이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란 군부는 지난 1월 반정부 시위에 나선 자국민 수천~수만 명을 학살할 만큼 강경하다. 기존 체제에서 이득을 얻어온 이란 군부가 무장을 포기하고 국민에게 권력을 넘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이란 국민이 기존 정부를 전복하는 ‘시민 혁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란 시민)이 할지 말지는 그들에게 달려 있다” “그들은 수년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 왔으니 이제 분명히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며 반정부 시위를 독려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봉기한 이란 국민을 보호해 줄 것인지에 대해 “어느 쪽으로든 약속하지 않겠다. 아직 너무 이르다”며 선을 그었다. 이란 국민으로선 1991년 걸프전 당시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국민의 봉기를 촉구했지만 사담 후세인의 학살을 방관한 일을 떠올릴 수 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몇 주간 이란의 ‘대체 정부’ 구성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해 스스로 불확실해하는 점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차기 지도자와 관련한 질문에 “매우 좋은 선택이 세 가지 있다”며 “그들이 누구인지 지금 밝히지는 않겠다. 일단 할 일부터 먼저 하자”고 말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을 지목한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상대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현재 수준과 같은 공격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냐는 질문에 “4주 내지 5주간 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런 공격 지속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엄청난 양의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