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대강 치닫는 미·이란 교전…중동 사태 장기화 플랜 B 마련해야

입력 2026-03-02 17:27
수정 2026-03-03 00:19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사흘째 이어지며 중동 지역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목표 달성 시까지 공격하겠다”며 지속적인 보복을 공언했다. 이란은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맞대응했다. 친이란 대리 세력인 헤즈볼라까지 가세하며 이란 사태는 양측간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아 글로벌 경제와 안보 지형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 상품·금융 시장은 어제 개장과 함께 ‘오일 쇼크’ 공포에 휩싸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개장 직후 13% 급등하며 배럴당 82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로, 4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시간이 지나며 오름폭이 줄긴 했지만 100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일본 닛케이지수, 홍콩 항셍지수가 장 초반 2% 이상 급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증시는 휴장일로 열리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9일 이후 최고치로 마감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을 가늠하는 게 쉽지 않다. 한국은 원유의 70%, 천연가스의 2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더구나 이 물량의 95%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호르무즈 봉쇄가 길어지면 에너지 공급 차질은 물론 선박 우회로 인해 해상 운임도 최대 80%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한국무역협회). 이렇게 되면 신기록 행진을 이어온 우리 수출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을 2%로 전망하면서 유가 기준으로 잡은 게 배럴당 연평균 64달러다. 그러나 유가가 크게 오르면 2% 성장 달성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고유가·고환율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주말에 이어 어제도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하지만 단기적인 금융 지원과 시장 안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4~5주 이상 전쟁을 지속할 수 있다고 한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플랜 B를 마련해 놔야 한다. 지금은 조기 종전 기대를 접고 발생 가능한 모든 리스크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