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가 저분자 화합물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를 확장한다. 표적단백질분해(TPD) 프로탁(PROTAC) 항암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를 두 축으로 신약 개발에 나선다. 세포 자가포식(오토파지)의 핵심 단백질인 ‘ULK1/2’를 표적으로 한 프로탁 신약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듀얼 페이로드 ADC 전략까지 병행해 미충족 수요가 높은 항암 영역을 정조준한다는 방침이다.
◇자가포식 개시 단계 직접 분해박찬선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2일 인터뷰에서 “ULK1/2 프로탁을 중심으로 기존 항암제의 내성 기전을 차단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ULK1/2는 자가포식이 시작되는 상위 단계의 핵심 단백질이다. 자가포식은 세포가 내부 자원을 분해해 에너지를 확보하는 과정이다. 암세포는 항암 치료 등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가포식을 활성화해 생존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씨노가 개발한 ‘TXN12923’은 기존 저해제와 달리 ULK1/2 단백질을 직접 분해하는 프로탁 항암제다. 프로탁 항암제는 암세포가 자라도록 신호를 보내는 단백질만 골라서 제거한다. 박 대표는 “기존 저해제는 단백질 활성을 억제하는 데 그치지만, 프로탁은 단백질을 아예 삭제해 내성 발생 확률을 낮추고 저항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TXN12923은 일회성으로 소모되는 기존 저해제와 달리, 표적 단백질을 분해한 뒤에도 파괴되지 않고 재사용되는 촉매적 작용을 한다. 박 대표는 “약물 한 분자가 여러 개의 타깃 단백질을 연속적으로 분해할 수 있어 적은 용량으로도 강력하고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사인 일본 오노약품공업이 개발 중인 ULK1/2 저해제 ‘DCC-3116’과의 비교 동물실험에서 TXN12923은 경쟁력을 확인했다. DCC-3116이 100㎎/㎏ 용량을 하루 두 번(BID) 투여해야 하는 데 비해 TXN12923은 이보다 적은 용량을 하루 한 번(QD) 투여하는 것만으로도 동등 이상의 항암 활성을 입증했다. DCC-3116 투여군에서는 당뇨 연관 증상과 비슷한 대사 이상 부작용이 관찰된 반면, TXN12923은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티씨노는 ULK1/2 프로탁을 단독요법보다는 병용요법 중심 자산으로 포지셔닝했다. 적응증으로는 췌장암, 대장암, 폐암 등이 있다.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및 KRAS 변이암은 표적항암제가 존재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저항성이 빠르게 나타난다. 티씨노는 표적항암제를 투여받은 암세포의 자가포식이 활성화되며 저항성 기전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티씨노는 내년까지 전임상을 마무리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할 계획이다. ◇ADC 저항성 대응…듀얼 페이로드 전략ULK1/2 타깃 전략은 EGFR과 KRAS뿐 아니라 고형암 전반으로 병용을 확장할 수 있다. 티씨노의 두 번째 축은 ULK1/2 프로탁을 활용한 듀얼 페이로드 ADC 개발이다. 최근 ADC 치료 이후 자가포식 증가가 저항성 기전으로 보고되는 만큼, ULK1/2 프로탁을 병용하거나 페이로드로 접합한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 형태로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티씨노가 개발하는 듀얼 페이로드는 한쪽에 임상적으로 검증된 Top1 저해제를, 다른 한쪽에는 ULK1/2 프로탁을 결합하는 구조다. ADC는 암세포만 골라 추적하는 항체와 ‘폭탄’ 역할을 하는 페이로드(약물), 이 둘을 연결하는 링커로 구성된다. ADC에 투여된 약물 중 실제 암세포 안으로 전달되는 비율이 제한적인 만큼, 적은 양으로도 반복적으로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는 분해제를 페이로드로 활용하는 접근이 기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ULK1/2 표적 화합물을 중심으로 모달리티를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는 항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