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시대…노후자산 '신탁' 통해 관리를

입력 2026-03-02 17:56
수정 2026-03-03 00:46
노후 준비를 한다는 말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의미가 아니다. 과거에는 자산을 얼마나 모았느냐는 규모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그 자산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지켜줄 수 있는지, 그리고 다음 세대로 어떻게 온전하게 이어질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자산은 이전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사용돼야 하고, 인지능력 저하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관리 공백 없이 유지될 필요가 있다. 또 사후에는 가족이 감당해야 할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전돼야 한다. 결국 생전 운용과 사후 승계를 하나의 연속된 흐름 속에서 설계하는 통합적 접근이 현대 자산 관리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변화 속에서 ‘신탁’(trust)은 자산의 관리와 활용, 이전을 아우르는 유연한 구조로 기능한다. 신탁은 위탁자의 의사를 계약에 반영해 자산을 관리·운용하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지급 또는 이전이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다. 자산을 맡기는 순간 운용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약 범위 안에서 세밀한 활용과 관리가 지속되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특히 금융자산 중심의 자산관리에서 신탁의 효용은 더욱 뚜렷해진다. 최근 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로 발생하는 배당과 이자 등 현금 흐름을 생활비로 쓰면서도 원자산은 장기적으로 유지·축적되도록 설계하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 부동산 역시 임대 수익은 생활 재원으로 활용하고, 자산 자체는 이후 세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이처럼 자산 관리와 승계를 통합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유언대용신탁’과 ‘치매안심신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탁을 활용하면 생활비, 간병비 등을 정기 지급하도록 설정하거나 필요시 대리인을 통해 긴급 자금을 신속히 집행할 수 있다.

결국 초고령사회에서의 자산 관리는 ‘소유’를 넘어 ‘관리와 연속성’의 문제로 확장된다. 자산을 바라보는 관점도 단순히 ‘가진 것’을 넘어 ‘어떻게 흐르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김민수 국민은행 신탁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