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에 작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중동 전쟁으로 중동 국가와의 협력 사업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2일 산업통상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이어 이란이 중동의 미군 거점을 동시 타격하는 등 양측 간 교전이 계속되면서 중동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란한 상황으로 전개됐다.
여기에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경제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닫히면...
이날 산업부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전날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 중이던 HMM 컨테이너선 1척이 무사히 이 지역을 빠져나와 안전하게 운항을 이어가는 등 현재까지 우리 측 유조선과 LNG선 운항 과정에서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예측이 어렵다.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밝혔고 현재까지 해협 인근에서 민간 선박 4척이 공격받아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는
등 해협 주변 지역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서 들여온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회 루트를 활용할 경우 해상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50∼80% 상승할 수 있고, 육로 운송과 통관 절차로 운송 기간도 3∼5일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과거 해당 지역에서는 보험료가 최대 7배까지 할증된 사례가 있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공식적으로 봉쇄되지 않더라도 민간 선박 피격 보도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선박들이 운항을 기피해 회항하거나 대기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인다"며 "이에 따라 운항이 지체되고 운항 비용이 오르는 등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 원장은 "에너지 수급 문제와 물류 차질, 수출 기업의 유동성 문제 등을 정부가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며 "기업들은 물류 차질에 대비해 바이어 측에 불가피한 지연 가능성을 미리 통보하고, 복수의 노선을 고려하는 등 물류 관련 변수를 염두에 두고 계약 조건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도 불안하다.
글로벌 분석 기관들은 이란이 실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 산업계에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증산을 결정했지만, 중동 지역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 어김없이 유가가 오른 과거 사례를 비춰보면 이번에도 유가 불안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한국 기업들이 중동 국가들과 진행하던 방산, 자동차 등 사업이나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이 추진하는 국가 주도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다수 참여하고 중동 수출도 증가 추세인데, 중동이 화약고가 된다면 정상적인 투자와 연구개발(R&D) 협력 등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중동 지역 영공과 영해가 차단될 경우도 문제다. 물류, 유통에 문제가 생기고 중동 각국의 미군 기지가 이란의 공격 목표가 되는 상황에서 중동과 생산·소비 시장으로서 협력을 이어가는 데 차질이 불가피하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