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인 라우리(아일랜드)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코그니전트 클래식(총상금 96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곰의 덫'에 걸려 다 잡은 듯하던 우승을 놓쳤다.
라우리는 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16번 홀(파4)과 17번 홀(파3)에서 연달아 더블보기를 범했다. 3타차 선두를 달리고 있던 그는 이 실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니코 에차바리아(콜롬비아)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라우리는 전반에 2타를 줄인데 이어 10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으며 선두로 나섰다. 여기에 12번, 13번홀(모두 파4)에서 연달아 버디를 추가하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악몽은 16번홀에서 시작됐다. 이번 대회가 열린 PGA 내셔널 챔피언코스는 '황금 곰'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했다. 이가운데 15~17번홀에는 '베어트랩'이라는 악명이 붙어있다. 극악의 난이도로 선수들의 정교한 플레이를 시험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워터 해저드가 휘감고 있는데다 플로리다 특유의 강한 바람은 그린 공략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여기에 벙커와 물 사이의 좁은 공간은 선수들에게 심리적 압박까지 더한다. 때문에 15번홀 입구에는 “승부는 여기서 결정된다(It should be won or lost right here)”는 경고문이 붙어있을 정도다.
라우리는 15번홀은 파로 무사히 넘겼다. 하지만 16번홀 티샷이 오른쪽으로 살짝 휘면서 호수로 빠졌다. 벌타를 받고 침착하게 경기를 이어갔으나 네 번째 샷이 그린 앞 벙커 안으로 들어가면서 더블 보기를 기록해 두 타를 잃었다.
한 타 차 선두를 유지한 채 맞은 17번 홀에서 다시 한번 티샷이 물에 빠졌다. 벌타를 받고 세번째 샷만에 그린에 올린 뒤 투 퍼트, 또다시 더블보기였다.
반면 에차바리아는 15.16번홀을 파로 막아냈고 17번홀에서는 5m가 넘는 버디퍼트를 성공시켰다. 순식간에 순위는 2타 차이로 벌어졌고 결국 우승컵은 에차바리아에게 돌아갔다.
올 시즌 라우리가 역전패를 당한 것은 이번이 벌써 두번째다.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두바이 크리크 리조트(파71)에서 열린 DP 월드투어 두바이 인터내셔널(총상금 275만달러) 대회에서도 4라운드 17번 홀(파4)까지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18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해 나초 엘비라(스페인)에게 우승을 내줬다.
라우리는 경기 후 "우승을 내 손에 쥐고 있었는데 스스로 놓쳐버렸다"며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라고 자책했다. 이어 "딸에게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며 "두바이 대회 때 참 힘들었는데, 이번이 더 힘들어질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LIV 골프를 탈퇴하고 올해 PGA 투어에 복귀한 브룩스 켑카(미국)는 이날 6타를 줄이면서 최종 합계 10언더파 274타로 공동 9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커트 통과에 성공한 김주형은 최종 합계 1언더파 283타 59위로 대회를 마쳤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