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질 주택가격이 지속해서 하락 중이라는 국제기구 통계가 나왔다. 실질 주택가격은 물가 상승분을 제거한 집값으로, 그만큼 집값보다 물가가 더 올랐다는 의미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집값 격차가 큰 데다 한국부동산원 등의 집값 통계는 물가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일 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한국의 실질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6% 하락했다. 지난 2022년 2분기 3.8% 상승에서 3분기 0.5% 하락으로 전환한 뒤 지난해 3분기까지 내리 13분기 연속 내림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BIS 통계에 포함된 56개국 중 47위에 해당한다. 선진국 평균(0.3%)은 물론 세계 평균(-0.7%)보다 낮았다. 지난해 1분기에는 -2.2%로 50위, 2분기에는 -1.9%로 51위를 기록했었다.
집값 상승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는 와중에 실질 가격은 하락한다는 지표가 나온 것은 국내 집값 통계가 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명목 가격 변동이어서다. 한국부동산원이나 KB부동산 등의 통계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실거래가나 호가를 기준으로 지수를 산출한다. 물가 상승분과 상관없이 집값 그 자체의 변동만을 보여준다.
지방 집값 등은 부진한 상황에서 전체 한국 부동산 가격을 통계로 낸 데 따른 ‘착시’도 있다. 그만큼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주간 변동률 기준 지난 한 해 수도권은 누적 3.31% 상승한 반면 지방은 1.08% 하락했다. 전국을 합산한 변동률은 1.0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해 3분기 기준 실질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북마케도니아다. 상승률이 19.8%에 달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헝가리(16.1%), 포르투갈(14.7%), 스페인(9.8%), 불가리아(9.5%) 등 순이다.
반대로 중국은 -5.3%로 56개국 중 가장 낮았고, 캐나다(-5.1%), 핀란드(-3.5%), 뉴질랜드(-3.5%), 루마니아(-2.6%) 등도 저조했다. 미국(-1.6%), 영국(-1.2%) 등 선진국에서도 변동이 크지 않았다. BIS는 이와 관련해 보고서에서 “지난해 3분기 글로벌 실질 주택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0.7% 하락했고, 이는 전 분기(-0.8%)와 유사한 수준이었다”며 “명목 주택가격이 2%가량 상승했는데도 실질 가격은 하락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