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의 다층적 경제외교 전략…한국에 기회

입력 2026-03-02 16:04
수정 2026-03-02 16:06
최근 튀르키예는 흑해 지역의 안보 환경 변화와 중동 정세의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되는 국면에 놓여 있다. 이러한 외부 환경 변화는 에너지 수급, 해상 교통로, 역내 안보 협력 등과 직결되어, 보다 정교한 대외 정책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흑해와 중동, 유럽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위치 속에서 튀르키예는 안보·경제·외교 현안이 상호 연동되는 구조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이에 따라 단일한 노선보다는 관계별·사안별 접근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외교 전략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의 대외 관계를 살펴보면, 특정 진영에 대한 명확한 귀속보다는 분야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실무적 접근이 두드러진다. 중국·러시아와의 협력,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안보 연계,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 그리고 EU와의 경제적 연결 유지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튀르키예 외교는 단선적인 방향성보다는 다층적 관리 전략의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다.

안보 분야에서 튀르키예는 여전히 NATO 체제의 일원으로서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방위산업, 정보 공유, 군사 운용 측면에서 NATO가 제공하는 제도적 틀은 튀르키예 안보 구조의 핵심 기반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는 대외 안보 정책 전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 측면에서는 EU와의 관계가 여전히 중요하다. 관세동맹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 수출 구조와 유럽 시장에 대한 접근성은 튀르키예 경제 전반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치·제도적 이슈로 관계가 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음에도, 실물 경제 차원에서는 상호 의존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러시아와 중국은 에너지, 인프라 분야에서 튀르키예의 대안적 협력 파트너로 기능하고 있다. 에너지 조달과 원전 사업 등에서는 중장기적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특정 지역 의존도를 완화하고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협력은 서방과의 관계 설정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정책적 유연성을 제공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등과의 경제 협력 및 투자유치가 확대되는 추세다. 이를 통해 튀르키예는 외환 유입과 재정 여력을 보강하는 한편, 지역 내 경제적 존재감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시리아를 포함한 인접 지역과의 관계 역시 안보·경제적 이해가 교차하는 사안 중심으로 신중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의 관계는 정치적 이견이 존재하지만, 전반적인 중동 정세와 국내 정치 환경을 함께 고려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방위산업·에너지·첨단 제조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한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 정치적 변수의 영향이 비교적 크지 않은 가운데, 산업 경쟁력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실질적 협력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2025년 11월 튀르키예에서 열린 한국-튀르키예 정상회담에서는 공동생산과 기술협력을 중심으로 한 방위산업 협력이 논의됐다. 튀르키예 정부가 추진 중인 혈액제재 자급화 사업과 연계한 바이오 분야 협력도 함께 다뤄졌으며 에너지 분야에서는 원자력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도 체결됐다.

튀르키예는 기존 서방 지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대외 환경 변화에 대비해 협력의 폭을 점진적으로 넓히는 방향으로 외교·경제 정책을 조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튀르키예의 에너지·방위 다각화는 한국 기업이 튀르키예를 중동·유럽 진출 허브로 활용할 기회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튀르키예에서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하고, 사안별·분야별로 접근 방식을 달리하며 관계를 관리하려는 경향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국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복합적 외교 환경에 놓인 국가가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식 중 하나로 주목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