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은 완전무결한 영웅이 아닙니다. 고뇌하며 잠 못 이루고 때로는 술에 취하고 새치를 뽑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의 안에 인간 이순신의 한 조각이 있지 않을까요.”
유새롬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학예연구사는 2일 인터뷰에서 “모두가 이순신처럼 힘든 순간을 겪는다”며 “그럴 때 그를 멘토로 삼고 나아갈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명을 ‘우리들의 이순신’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우리와 닮은 사람, 그리고 이어져가는 이야기라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우리들의 이순신’은 우리 문화유산을 주제로 한 전시로는 최다 관람객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1월 28일 개막한 이 전시는 지난달 18일 관람객 30만 명을 돌파했다. 3·1절까지 누적 관람객은 39만 6724명이다.
유 학예연구사는 “모두가 이순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시 준비가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순신에 대해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습니다. 그러다 불멸의 영웅 속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인간 이순신을 조명하는 방법으로 유물을 택했다. 그는 “우리는 위인전, 소설, 드라마 등 픽션으로 이순신을 배웠다”며 “그런데 막상 실제 유물을 통해 이순신을 바라보는 경험은 드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윤희 학예연구관과 함께 1년간 전시를 준비하면서 유물 소재지를 조사하고 이순신 종가를 비롯한 국내외 개인 및 기관 45곳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난중일기’ 친필본, 이순신 장검 등을 비롯해 258건 369점이 공개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국보는 6건 15점, 보물은 39건 43점이다. 유 학예연구사는 “책과 같은 서지류의 경우 훼손을 피하려면 광원 노출량을 제한해야 해서, 보통 전시 가능 기간을 3~4개월로 본다”며 “대여자들의 이런 염려를 해소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유 학예연구사는 이순신의 흔적이 남은 진품이 주는 힘이 관람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했다. 유 학예연구사는 “현존하는 난중일기 친필본 7권이 한자리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 권에 전쟁 1년이 담겼다는 무게감, 하루하루 써 내려간 친필에 흐르는 결기가 있다”고 말했다.
유 학예연구사는 유물의 힘을 관람객이 충분히 실감하도록 전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물을 학습하는 대신 느끼는 전시를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한산대첩, 명량대첩이 벌어진 현장에서 채집한 소리와 국악기 연주를 음향으로 활용하고, 이순신을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을 전시장에 배치한 이유다. “이순신을 먼저 소리와 이미지로 느끼고 들어가서, 그를 각인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구국의 영웅 이순신을 주제로 한 전시라 흥행을 기대하긴 했다고 그는 말했다. 내심 20만 명은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결과는 상상 이상이라고 했다. 유 학예연구사는 가장 큰 이유로 이순신의 매력을 꼽았다. “이순신은 휘하 사람 모두의 공을 밝혀 사기를 북돋울 줄 아는 리더였습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 이길 수 있는 전쟁을 했고, 백성에게 존경받는 인물이었죠. 하지만 타고난 영웅은 아닙니다. 때로는 주저하고 힘들어하는 평범한 인간이죠.” 그는 또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 관람객 수가 늘어나면서 특별전에도 영향이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시 기획과 관련해 조언을 구하자 그는 의욕을 덜고 여백을 남기라고 했다. “많은 걸 보여주려는 전시는 역설적으로 기억에 덜 남습니다. 주제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주되, 각자가 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여지를 줘야 합니다. 관람객이 하나라도 감동을 받으면 그 전시는 성공한 겁니다.”
이고운/사진=김범준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