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참아' 예금 싹 다 뺐다…개미들 쓸어담는 '이 상품' 정체 [일확연금 노후부자]

입력 2026-03-03 08:00
수정 2026-03-03 08:45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하며 증시 랠리가 이어지자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주식 비중을 최대한 높이려는 연금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금 자산의 30%를 안전자산으로 채우게끔 하는 이른바 '30% 룰' 내에서 실질적인 주식 노출도를 85%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채권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가 핵심 투자처로 떠오른 이유입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채권혼합형 ETF의 순자산 총액은 지난달 26일 기준 9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4년 말까지만 해도 2조원을 밑돌았는데, 불과 1년2개월여 만에 5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입니다.

채권혼합형 ETF는 주식과 채권을 한 바구니에 담되, 펀드 내 주식 비중이 50%를 넘지 않도록 설계한 상품입니다. 채권 비중이 높은 만큼 퇴직연금 계좌 내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죠.

채권혼합형 ETF가 연금 개미들의 주요 상품으로 떠오른 건 규제의 틈새를 공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퇴직연금 규정상 주식형 펀드 등 위험자산을 전체 적립금의 70%까지만 담을 수 있습니다. 나머지 30%는 예금이나 채권 같은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주식 시장이 활황일 때는 이 30%의 안전자산이 전체 수익률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 몫을 채권혼합형 ETF로 채우는 우회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위험자산 한도(70%)를 일반 주식형 ETF로 가득 채우고, 나머지 30%를 채권혼합형 ETF로 채우면 계좌 전체 주식 비중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죠.

주식 비중이 30% 수준인 단일종목 채권혼합형 ETF로 채우면 계좌 전체의 주식 비중은 약 79%로 올라갑니다. 만약 주식 비중이 최대 50%에 달하는 지수형 채권혼합형 상품으로 채우면 실질적인 주식 노출도가 최대 85%까지 확대되죠. 퇴직연금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계좌의 주식 비중을 극대화해 단 1%의 수익이라도 더 추구하려는 투자자의 비결인 셈이죠.


'국장 불장'이 계속되면서 최근에는 국내 주식을 편입한 채권혼합형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채권을 3 대 7 비율로 담은 'KODEX 삼성전자채권혼합'을 비롯해 고배당주와 채권에 절반씩 투자하는 'PLUS 고배당주채권혼합' 등이 대표적입니다. 두 상품의 순자산 규모는 각각 8800억원, 7920억원에 달했습니다.

미국 주식을 담은 혼합형 상품도 꾸준히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연금 계좌에서 해외 주식에 투자하면 저율 과세와 과세 이연 혜택을 톡톡히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ACE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 'SOL 팔란티어커버드콜OTM채권혼합' 등이 주요 상품으로 꼽힙니다.

채권혼합형 ETF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아지자 운용사들도 앞다퉈 맞춤형 신상품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KB자산운용은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절반을, 나머지 절반을 채권에 투자하는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을 선보였습니다. 주식 대신 금과 채권을 결합해 포트폴리오 방어력을 높인 'PLUS 금채권혼합'도 인기몰이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채권혼합형 ETF를 활용한 연금 투자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채권혼합형 ETF는 규제의 틀 안에서 주식 비중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도구"라며 "채권 비중이 절반을 넘기 때문에 증시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